[5귀절 금강경 11-2]제11분. 무위의 복이 가장 으뜸이다: 무루복은 주체적 삶이다.
물질적으로 늘 복이 없음을 푸념하며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사구게를 수지하고 다니거나 위타인설하는 복덕이 삼천대천세계를 온통 칠보로 가득채워 보시하는 복덕보다 훨씬 더 크다는 말씀은 한 마디로 불법의 위대함을 가슴에 느끼게 만든다. 길을 가다가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거나 구걸하는 걸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배고다는 사람에게 밥 한 끼 사주는 공덕도 한량 없다고 한다. 진실한 마음으로 남을 위해 불법을 전파하는 일이 바로 성불의 길이고 또 보살의 길이라는 말이다.
부처님 당시에 매일 동냥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는 어렵게 살아가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부처님과 수천 명의 제자들이 머무는 숲 속에 빕비사라왕이 보시한 휘황찬란한 오색연등들의 불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장관을 바라보면서 '저 왕은 지난 생의 공덕으로 이생으로 왕이 되었는데, 이생에 와서도 저토록 큰 공덕을 쌍으니 얼마나 훌륭한가? 그런데 나는 지난 생에도 박복했고 또 이생에서도 그 인연으로 가난한 탓에, 부처님이 오셨는데도 아무런 공양도 올릴 처지가 못되니 참으로 한심하구나.'
우리 삶이 그렇다. 한번 잘못된 길에 빠지면 계속 물고 물리는 세상 인연의 순환에 따라 벗어나기 힘든 법이다. 어떻게 하든 부처님께 조그마한 정성이라도 올려야 되겠다는 굳게 결심한 여인은 다음 날 하루 온종일 날품을 팔아 번 동전 두 닢을 소중이 감싸안고 기름집으로 달려갔다. 오래 동한 제대로 먹지 못해 온 몸이 부황이 들고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처지였지만, 부처님께 올릴 공양을 생각하며 어린아이처럼 기쁘기만 했다. 기름집 주인도 굶어죽을 것도 마다하고 공양하려는 정성을 귀하게 여겨 더 많은 기름을 내주었다. 그 기름을 가슴에 안고 부처님이 계시는 숲으로 후둘거리며 서둘러 달려갔지만, 오색의 커다란 등들이 빽빽히 들어차 자신의 작은 등불을 켜놓을 만한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잠깐 동안 맥이 풀려 마음이 허전해졌지만, 자신의 정성을 생각하며 마음 속에 용기를 내어 숲 변두리 한쪽 구석에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작은 등불을 달아놓았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자신의 작은 등불 앞에 꿇어앉아 그 자리에 마치 부처님이 서 계신 듯안 느낌으로 '부처님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저의 정성이 비록 보잘 것 없으나 다음 생에는 반드시 성불하게 해주세요,라고 기원을 드렸다.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져 있었지만, 이생에서 그토록 행복한 마음을 느껴본 적이 처음이었다. 왕이 되거나 당장 목전의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성불하기를 기원했다. 세속적인 기원이 아니고, 또 거기에 자신의 정성에 대한 어떤 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부처님 처소에 잘 시간이 되어 아난제자가 숲 주변의 등불을 하나씩 꺼나갔는데, 모두 껐지만, 단 하나 저 쪽 변두리 아주 작은 등불을 아무리 끄려해도 도무지 꺼지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아 괜한 수고 하지마라. 그 불은 비록 가난한 여인이 밝힌 작은 등불에 불과하지만, 그 공덕은 무한한 것으로 너의 힘으로는 끌 수 없다. 여인은 이생에 켠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부처가 되리라.'고 수기를 내렸다. 불법을 공부하거나 수행을 하거나 큰 보시를 한 적도 없는 가난한 여인에게 성불의 수기가 내려진 것이다. 이것이 불법이다. 오색등불을 보시한 왕보다 여인의 무주상보시의 공덕이 비교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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