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된 것은 서로 끌어당긴다. 이성간의 사랑이 대표적이다. 서로 다른 성격 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특성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다른 사람이 풍기는 체취가 자신의 체취와 확연히 다를 때, 특히 매력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냄새를 만드는 화학물질은 피부를 통해 바깥으로 발산되는데, 이 물질은 사람마다 다르며, 이 점이 성적인 유혹물질(페로몬)으로 기능여 자신이 좋아하는 체취를 발산하는 상대를 선택하게 만든다.
3일 동안 계속 입고 잔 셔츠에 벤 체취, 즉 냄새를 맡아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페로몬 파티'가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의 대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체취는 겨드랑이에 사는 박테리아가 땀을 분해한 성분이 주종을 이루는데, 사람들은 외모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통해서도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 있다.
페로몬이란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 개체 사이의 정보 전달에 사용되는 체외 분비성 물질을 말하며, 대부분의 성분이 유전형질로 결정되며, 주인의 면역체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사람의 경우 유전적으로 함께 생활하는 여성들의 월경 주기가 같아지는 현상이 겨드랑이 땀냄새의 작용인 것으로 입증되기도 됐다. 사람들이 코를 통해 아주 미세한 화학적 차이만으로도 상대방 짝을 고를 수 있는 마치 눈이 초기 스크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이 가진 후각 관련 유전자는 1000개 이상으로 시각 관련 유전자의 3배가 넘는다.
성격은 어느 정도는 우리의 감정에 따른 생리 반응을 통해 표현될 수 있는 속성이다. 예컨대 예민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겪을 때 땀을 더 많이 흘릴 가능성이 있고, 이 땀은 겨드랑이에 사는 박테리아의 특성에 변화를 일으켜 다른 냄새가 나게 하거나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사람은 높은 테스토스테론의 수준이 땀샘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건강한 남성이 땀 흘리는 모습에 여성들은 보통 매력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독일 뒤셀도르프 하인리히-하인대학교 심리학자들은 중요한 토너먼트 경기에 투입된 남자 배드민턴 선수들의 겨드랑이에 솜으로 만든 패드를 붙였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패드를 경쟁상황에 처하지 않은 일반남성에게도 붙였다. 양쪽 남성들 모두의 체취를 수집한 패드들은 모두 여성 실험 참여자들에게 제시됐는데, 여성들은 땀과 체취가 뒤섞인 두 가지 종류 패드의 냄새를 맡아 본 뒤 어느 것에도 유쾌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냄새와 체취를 수집한 패드로 여성들의 피부 테스트를 해보니까 결과가 달랐다. 여성들은 배드민턴 선수들에게서 수집된 샘플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했다.
경쟁을 심하게 하는 남성성이 강한 남성들은 경쟁에 몰두할 때 테스토스테론이 훨씬 많이 분비되어 좀 특별한 체취를 내고, 이것이 여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풍기게 되고 결국 건강한 아이를 갖게 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연인들이 사랑에 빠질 때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냄새를 맡는 능력은 사람의 감각 중에서 가장 원시적 형태로, 이성을 선택할 때 핵심 포인트로 작용한다.
장미꽃 향기처럼 달콤한 냄새는 사랑의 화학적 반응을 강화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며, 퀴퀴한 냄새 대신 딸기 향이 나면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보여 사랑에 빨리 빠질 수 있다. 여성이 사랑에 홀딱 빠지면 애인의 냄새는 잘 알아차리지만 다른 이성 친구의 체취에는 무감각해진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냄새를 비롯한 애인의 ‘모든 것’에 집중하게 되면서, 다른 이성이나 동성에게는 무감각해지는 심리학적 편향의 증거일 수도 있다.
많은 동물연구에서 수컷의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암컷이 내뿜는 체취, 특히 배란기 체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고돼 왔다. 체취는 동물의 짝짓기와 관련해 상대방에게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혀왔다. 여성들은 자신을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향수를 뿌리고 화장도 하지만 배란기에 들어선 여성의 체취는 남성의 생물학적 반응에 영향을 끼쳐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된다는 연구도 있다.
서로 다른 향기를 자랑하는 두 파트너는 완전히 다른 면역체계를 각각 가지게 되는데, 그런 두 사람이 서로 면역학적으로 보완해주면서 다양한 자극들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는 저항력이 강한 자손을 낳을 수 있게 된다. '좋은 향기'를 풍긴다는 것은 진화론적으로도 상당히 뜻 깊은 현상이다. 남여가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해지면 키스를 하게 된다. 뇌에서 바로 뻗어 나오는 12개의 뇌신경(cranial nerve) 중 5개가 입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에 키스를 할 때 입, 입술, 혀로부터 뇌로 올라오는 상대의 냄새와 맛, 미세한 움직임 등을 통해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순식간에 알아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 즐겁고 건강한 갑오년 한 해 시작합시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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