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3-3]제13분. 법에 맞게 받아지녀라: 모든 것이 실체가 없고 이름만 있을 뿐이다.
"수보리야, 삼천대천세계에 가득찬 티끌들이 많다고 할 수 있느냐?" 여기서 미진, 즉 티끌이라고 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눈에 보이는 먼지라면 그것은 소립자의 세계에서 보면 대단히 큰 물질이 될 수 있다. 아무리 가는 침이라 해도 수 천, 수 만개의 입자가 모여 이룬 것임을 알면 그것이 작다, 가늘다는 것은 모두 그렇게 이름 붙인 것에 불과함을 깨달을 수 있다.
오늘날 티끌은 원자나 소립자보다 크며, 마치 태산만큼 큰 것이고, 세계라 하지만 큰 우주에 비하면 티끌보다 작다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어떤 상도 지어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공간에 대한 상도 깨뜨리는 것이다. "일미진중 함시방(티끌 속에 세계가 들어 있다)", 이것이 중중첩첩 연기이다. 어떤 실체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 이런 부분들은 오늘 날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가고 있는 것이니, 얼핏 보면 객관적인 사실인 듯하나 사실은 공한 것이다.
티끌과 세계가 나온 까닭은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인 세계는 무엇보다 작아질 수 없고, 가장 작은 미진이라는 티끌은 그 무엇보다 클 수가 없다. 가장 작은 것이니까. 즉 실체가 부여되어 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런 것도 절대화하면 안된다는 말씀이다. 티끌도 가장 작다는 실체가 없고, 세계라는 것도 가장 크다는 실체가 없다. 다만 우리가 경험한 바에 의하여, 그렇게 인식하는 것일 뿐이다. 다만 그렇게 이름 붙여 우리가 말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수보리가 "예, 매우 많습니다!"하고 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에 가득한 먼지라면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므로 많다고 했을까? 아니다. 부처님의 말씀에는 "색즉시공(色卽是空)", 즉 존재하는 것은 모두 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얼음과 물처럼 존재와 공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눈에는 존재는 그 자체가 그대로 공일 뿐이다. 그래서 수보리가 많다고 한 말은 그냥 소통을 하기 위한 이름뿐인 말이다.
"그래. 수보리야 내가 말한 바 티끌도 다만 언어를 소통시키기 위한 이름일 뿐이고, 세계도 무슨 정말 세계가 있어서 세계가 아니고, 다만 대화를 소통시키기 위한 이름일 뿐이니라."고 부연설명을 하신다. 모든 것을 다만 그런 명칭일 뿐 그것의 실체는 없다고 생각하신다. 사람도 사람이라는 명칭일뿐 사람의 실체가 없고,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네 가지 원소가 모여서 사람이지 사람이라는 어떤 불변의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들 원소가 제각기 제 고향으로 가면 화장하고 나면 한 줌의 재로 변하듯이 사람은 없고 사람이라고 부르는 명칭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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