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3-2]제13분. 법에 맞게 받아지녀라: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법을 설한 바가 있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법을 설한 바가 없습니다." (여래께서 법을 설한바가 있느냐) 왜 이런 질문을 하셨을까? '반야바라밀'에 대해 설명하시고 '반야바라밀이라고 할 것이 없다' 하시니, 수보리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여래가 '설한 바가 있느냐'하고 물으신 것이다. '이것이 법이다'할 어떤 것이 있어서 그걸 설한 바가 있느냐?는 것이다. 거울은 그림을 그린 바가 없다. 그냥 대상이 비치는 대로 보여줄 뿐이다. 중생이 부처의 거울에 와서 그림이 거울에 그림이 비치듯 그 중생의 수준, 즉 근기에 맞게 설법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부처님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어떠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는 말이다.
달을 가르키면 사람은 달이 아니라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본다. 사람들은 늘 어떤 형상에 집착한다. 달을 보여주기 위해 손가락을 들어 가르킨 것이다. 이때 손가락은 방편이며, 그 방편을 통해 달을 봐야 한다. 북쪽으로 가라 하면 이것은 방편이다. 그 가르침에 따라서 서울에 도달해야 한다. 도달하면 북쪽이라는 방편은 버려야하는 것이다. 더 이상 손가락은 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달은 안보고, 가라는 서울은 안가고 그 손가락 끝 북쪽이라는 말에 집착하기 일수다. 이것이 모순이다,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달릴 때 왜 달리기 신발을 신는가? 발과 발목, 그리고 무릎과 엉덩이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즉 신발이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좋은 신발이란 몸을 더 잘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신발은 값이 더 나가게 된다. 그런데 비싼 신발이 좋은 신발이라는 생각으로 자꾸 더 비싼 신발만을 찾고 사게 되면 사람이 신발을 지켜야한다. 이것을 전도몽상이라 하는 것이다. 즉 뒤집어진 것이다.
큰 절에 가면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은 금당이라 하여 예불, 발원, 참회기도를 주로 하고, 부처님을 대신한 법사가 대중들을 대상으로 설법을 하는 곳은 설법전이라는 강당이 따로 있다. 그런데 경주 불국사의 설법전 이름이 바로 '무설전(無說展)'이라 한다. 무설전에서 불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표현된 언어의 불완전성에 정신이 팔려 말에 집착하거나 생각과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그 말의 참 뜻을 찾으라는 의미였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라는 이치다.
이러한 말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도록 하는 최성의 언어표현이 부처님의 표현법이지만, 이런 표현에 대한 상(相)마저도 끊어나가야 바른 도리에 접근하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제자들의 집착을 일시에 끊기 위한 방편으로 선가의 조사들이 고요한 순간 갑자기 주장자를 내리치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전혀 뜻밖의 말씀들을 던지기도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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