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끔은 저절로 인생살이가 풀릴 때도 있다. 나는 젊었을 때 산을 좋아했고, 성적에 얽매이는 의과대학의 생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고, 정부는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것을 싫어했다.
몇 사람만 모여도 다음 날 집 주위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시절이었다.그래도 그런 긴장감이 좋았다. 외부의 압력에 주눅들지 않았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랄까? 뭐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한다는 그런 태도가 스스로 마음에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은 한다는 그런 자세가 뭐 그리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간절히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모이고 행동하고 싶어했는지 요즘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다. 그럴 때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삶이 이런거야'라고 말한다면, 그건 자신이 아프고 있다는 말이다. 살아오면서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겪은 아픔들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생각해보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삶이 잘 풀리지 않아 아팠던 경험들이 나의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의 고통만이 아니라 그 고통이 가슴에 남아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더 강하게 마음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언제든지 마음만 내키면 달리기 팬츠만 입고 큰 길을 건너기만 하면 삶의 영감이 넘치는 한강과 남산으로 나갈 수 있는 완벽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아름다운 강물이나 멋진 남산에서 바러보는 서울의 환상적이 조망이 가능하다.
환상적인 한강에, 나무들이 울창한 멋진 언덕들이 기다리는 남산은 한 마디로 끝내주는 환경이다. 그래도 작년에 일본에 가려고 공항에 도착해서야 내가 여권을 깜박 잊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낭패감을 해결해줄 수는 없었다.
집사람이 총알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여권을 가지고 올 때까지 나는 그냥 나 자신을 부정하며 그냥 멍하니 공항 밖 택시 정류소 옆의 의자에 앉아 걸림없이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을 보고 부러워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 머리 속에는 마치 구름 속 의자에 누군가 손님을 앉히는 비행기 좌석에 내 여권을 놓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집사람이 도착했다. 여권을 빼앗듯이 받아 비행기 좌석에 앉아 허무 속을 날으는 나는? 정말 바보천치 아닌가 말이다.
다음 날 일본의사조깅연맹 친구와의 약속을 해결하고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서 완주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해낸 것이다. 일단 내가 그 일을 해낸 것이고 내 작은 실수를 해결하는데 집사람의 택시비와 짜증이 왕창 나왔다는 것이다!
어떻게 나같은 베테랑이 마라톤 대회에 번호표를 잊고 가는 것과 같은 그런 초보같은 실수를 할 수 있지? 다음 날 마라톤 대회의 코스인 산길을 달리는 내내 끝도 없이 질문을 하느라 정신이 사나워질 정도였다.
무슨 수를 써도 그런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일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인생살이에 기본적인 것을 잊어먹는다면 결국은 바보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런 정서적인 자책에 갇히지는 말아야 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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