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졸업시즌은 끝났고, 이제 역시 짧은 기간동안만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입학시즌이다. 어제 외손자가 유치원에 입학했다. 엄마와 아들은 입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많이 고무되고 긴장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입학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배 속에서 갓 태어난 아이처럼 포근하고 완벽히 보호되는 사치스러운 삶의 환경을 다시는 향유할 수 없으며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하고 스스로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진정한 새로운 인생의 궤도에 진입했다는 말이다.
물론 아직도 약간의 엄마에 대한 의존과 좋아하는 장난감과 놀이와 호기심 천국에 대한 몰입, 재미있는 놀이만 할 수 있는 권리, 가족의 품에서 보호받으며 좋아하는 음식이나 사람들만 만나고 고집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가족의 품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하에 사회적인 삶을 배우고 살아가야 하며, 앞으로 실직도 할 수 있고, 사회적 지위를 잃을 수도 있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울먹일 때도 있을 것이다.
돈과 기회를 잃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영원한 이별도 직면해야 하며, 나이들면서 겪는 육체적 상실에 대한 괴로움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최종적으로는 나 자신의 생명을 잃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도 나의 슬픔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이런 잃어가는 것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끝없는 환희와 즐거움은 고사하고 종종 자신의 정신까지 실패자로 만들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사회 뿐만 아니라 완벽한 의지처인 가족으로부터의 거리까지 멀게 한다.
그런 실패의 경험들이 쌓여가면 절망 혹은 실망감이 나의 마음을 잠식하기 시작하고 사회적 적응에 좌절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씩씩하게 도전하여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성공만 바라는 삶에서는 실패를 훈련할 여유가 없다.
어제의 실패를 후회하면서 내일의 실패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빨아드려 메마르게 함으로써 나의 마음 속에 아무런 희망의 싹도 자랄 수 없게 만든다. 미래와 사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현재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하여 점점더 불안감이 커진다.
어떤 일에 성공하길 원하는 만큼 실패에 대한 적응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는 엄마들이 흔드는 손의 율동이 이별의 슬픔이 아니라 격려의 희망이 담긴 힘차고 즐거운 움직임으로 보이는 이유다.
인생은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다. 그런 짧은 이별과 적응과정을 통해 인생살이는 실수나 실패, 혹은 상실도 겪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훈련하는 과정이다. 그런 일을 점점 더 많이 겪게 되고, 그런 과정 하나 하나가 평생이 아니라 그때 그때 가볍게 지고 건너가야 하는 다리일 뿐이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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