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4-2]제14분. 상을 떠나 고요함에 이르라: 마음을 중지하면 진실이 보인다.
금강경은 무상(無相), 무정(無定), 무위(無爲)를 가르친다. 그 동안 각종 생각이 만드는 형상(形相)에 잡혀 있고 스스로 내린 결론에 빠져있던 사람이 자기 스스로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 살아가되 살아간다는 생각을 내지 않으니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게 된다. 마음 속에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원래 마음 속에 스스로 존재하고 있는 행복을 막아 불행해진다. 듣고 몸으로 행동하되 행동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처음에 보살은 일체 중생을 제도해도 제도했다는 상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서 벌써 금강경을 다 알았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물으시면 부처님의 뜻을 아시고 정확히 대답하면서 설법을 들으면서 확신을 거듭 얻었다. 수보리는 많은 스승을 찾아다니면서 진리를 배웠으므로 지혜가 매우 뛰어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안 진리와 부처님의 진리를 비교하면 자기의 지혜는 매우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여기서 크게 깨닫고 북받히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대중이 많은 가운데서도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만약 이 경을 만나지 못했다면....?" 하고 생각해보니까 정말 끔찍했던 것이다. 아직도 조그마한 알음알이를 위대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잘난 것을 최고로 자랑했을 것이고... 이 말씀을 듣고 그런 것이 싹 없어졌으니 이 경을 만난 것이 이렇게 다행하고 감사하고...그래서 펑펑 눈물을 흘린 것이다. 진실을 아는 순간은 이렇게 감동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허구헌 날 무엇에 감동하고 있나? 한번 돌이켜보자. 영리한 사람은 많으나 진실로 깨달은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진리를 찾아 목마른 사람만이 물 한 잔에 감동할 수 있다. 목마르지 않은 자는 물을 주어도 감사한 줄 모른다.
수보리는 오직 믿음만 있다면 실상이 나온다 하였으니, 실상이 니온다 함은 진실이 나온단 말이니 진실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진실은 마음이 쉬고 있을 때 나온다. 사실 진실은 이미 우리들 내부에 있다. 부처님, 참다운 인생, 행복, 진리 등은 이미 내 가슴에 꽉 차 있지만, 마음이 쉬지 못하니까 나타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물이 혼탁할 때는 나의 진짜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모습이 상상이 안가고, 그래서 나를 모르고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차창 밖 모든 풍경이 뒤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세상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 눈에 비친 지나간 사물들이 진실일까? 아니다. 이런 착시 현상이 나오는 이유는 내가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가 앞으로 가는 것을 중지하지 않으면 절대 진실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마음을 중지하라고 하는 이유다. 내가 물건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면 세상의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중지하면 세상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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