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4-1]제14분. 상을 떠나 고요함에 이르라: 실상은 무엇인가?
악몽에 시달리다 잠이 깨어 눈을 뜨고 보니 꿈을 꾸었다. "아이고 꿈이었구나."라고 사실이 아니었음에 안도하게 된다. 즉 허상을 허상인 줄 알게 되면 괴로움이 없어진다. 허상을 허상인줄 모르는 것을 허상이라고 하고, 허상을 허상이라고 깨닫는 것을 실상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데 꿈이라는 허상을 걷어내면, 그 아래에 꿈 속의 악몽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실상을 깨달았다는 것이지 실상이라는 어떤 존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상이 구체적으로 있다고 하면 실상이라는 상을 또 하나 쥐게 되는 것이다. 실상은 상이 아니다. 실상이던 뭐던 상을 지으면 바로 허상이다. 이런 까닭으로 이름하여 '실상'이 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라는 생각, 즉 아상을 깨뜨리는 것은 힘든다고 말한다. '아상을 내려 놔야지'한다고 내려놓아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고, 그 사람 그럴 수도 있겠네.'하고 생각할 때, 즉 한 생각 돌이킬 때 아상이 내려놓아지는 것이다. '물건이 니꺼 내꺼 있겠나'하고 생각을 탁 바꾸면 갖지 못해 들끓던 괴로움이 없어진다. 이런 체험을 통해 아상이 사라지면, 그리고 '아집이 놓아지니 괴로움이 사라지는구나'하고 체험하면서 점차 공부를 늘려가면 된다. 반면에 '아상을 없애야 한다'며 상을 가지고 다니면 결국 내 인생만 괴롭게 된다. 법을 남에게 적용하면 바로 법상이 되어 버린다.
절에서 스님 말씀을 들으면 참으로 지당해서 지난 일을 일을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꿈 같고 가치 없게 느껴지지만, 막상 현실에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바른 말을 하면 '도 닦는 소리 하고 있네!'하며 피식 웃고 만다. 사실은 이렇게 인생을 살아야 한다. '현실에서는 정말 현실 같고 정말 귀하고 꼭 해야 할 것 같은 것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두 별 가치가 없고 꿈만 같더라. 현실에 일이 일어났을 때 꼭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지만, 이 역시 지나보면 꿈 같은 것이다.'라는 관점으로 사물을 봐야한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더라'하면 좌절감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변함없는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지나보면 꿈 같더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앞으로는 현실에서 부딪힐 때 집착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부정적인 면보다는 가능한 쪽으로 적용하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법이다. 과거의 어린 시절에 구슬치기하여 딴 구슬이 얼마나 중요했던가? 당시에는 그로 인해 그 소중한 것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을 가것 같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어떤가? 구슬은 간 곳이 없고, 지금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럴 때 나를 돌아 본다.
지금 나는 어떠한가? 또 지금도 그 어떤 것을 그때 그 구슬과 같이 소중히 여기고 있을까? 그것이 무엇일까? 장차 허망하게 느껴질 그것, 현재의 모든 것이 그러할 것이다. 과거의 것을 생각하면서 오늘에 그렇게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화살은 맞더라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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