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4-3]제14분. 상을 떠나 고요함에 이르라: 모든 것이 저마다 형상이 있고 향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생각에 사로 잡혀서 '화내고 짜증내면', 아상을 버려라 하지만 실제로 아상이라 할 것도 없다. 이름하여 상에 집착하였다고 하지만 상이라고 할 것도 없다. 만약 그에게 아상이라 할 상이 정말로 있는 것이라면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상을 떠나면 상이 없으니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태의 수준을 바로 부처라 한다. 뒤집어진 잘못된 상을 떠나게 되면 마침내 열반에 이르게 된다. 꿈을 탁 깨면서 그건 허상인 줄 알게 되니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다.
망상이 이른 아침 안개처럼 온몸을 적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지금 내 몸에 불이 붙었다고 생각해보라는 말들을 한다. 나는 시험시작 5분 전이라 생각한다. 몸에 불이 붙었거나 시험시작이 5분 밖에 안남았는데, 잡념이 일어날 겨를이 어디에 있겠는가? 무슨 공부든 공부를 할 때는 몸에 불이 붙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정신이 일도가 되어 무쇠를 뚫고 집채만 한 바위라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 솟구치게 된다. 달리기에 몰입하면 춥고 더운 것이 문제가 아니며, 절벽 위라고도 문제되지 않는다.
어무리 근사한 주석서를 읽고 아무리 훌륭한 해설을 듣는다 하더라도 이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그저 귀동냥일 뿐이다. 장미는 장미대로, 고구마는 고구마대로,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대로 저마다의 형상이 있고 향기가 있다. 그러나 모든 본 바탕은 일체가 평등한 식물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장미는 꽃나무로, 고구마는 뿌리식물로, 은행나무는 열매나무로 보는 등 서로의 특징으로 정리한다. 이것이 망상의 시작이다. 차별도 스스로 하고, 의문이나 대답고 스스로 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절에서는 되는데, 집에서는 안된다'고 하지 말고 '집에서는 안되어도 여기 절에서는 되는구나'해야 한다. 우리는 내가 어떻게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늘 다른 사람 걱정을 한다. 누가 나를 멸시하고 욕을 하고 왕따를 당했을 때, '멸시당하고 욕을 먹고 왕따를 당해도 전혀 나는 화나거나 무섭지 않아'하면 거기서 벗어나게 된다. 화단의 꽃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을 뿐, 우리가 생각하듯 본래 좋고 나쁨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저 저마다의 꽃일 뿐이다.
결국 망상이 끊어져야 일체가 평등한 것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 망상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분별의 세계이고 차별상의 세상이다. 그 누구에게도 본래 잘나고 못남이 없으며, 잘나고 못남이 없는데 버릴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 뜻을 잘 새겨야 한다. 버릴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버리고 또 버려서 생각이 완전히 끊어지는 도리까지 나아가야 한다. 중생이 있어서 구제를 하고 업장이 있어서 소멸하고 단계가 있어서 한 계단씩 수행을 진전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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