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4-9]제14분. 상을 떠나 고요함에 이르라: 일체 세상법을 버리고 주고 또 주자.
부처님은 아무 것도 진리라고 내세우거나 주장하지 않았다. 실다움이란 없다는 말이 그 말이지. 잠깐 동안 꿈처럼 존재하는 실체요, 윤리요, 진리인데 무엇이 영원하다고 주장하겠나 말이다. 사람들은 항상 이것 아니면 저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경항이 강하기 때문에 이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저것 인줄 알지. 그러나 부처님은 '없음'이나 '있음'도 주장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존재와 비존재 자체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이것을 불교에서는 중도(中道)라고 한다. 금강경이 중도의 이치를 깨우치는 대표적인 경전이다.
'있음'도 버리고 '없음'도 버리면 그러면 무엇이 있나?라고 또 새로운 대상을 찾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내가 나'라는 정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런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지. 삶에서는 아무 것도 찾지 말고 정하지 말자. 마음에서 찾지 말고 정하지 말고 그냥 삶 자체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그 뿐이다. 어떤 권투선수가 시합 때 처녀 팬티 입고 싸우면 꼭 이긴다고 시합만 되면 그 처녀팬티 구하느라 야단이라는 예전 우스개 이야기가 있었지. 모두 내 마음이 짓는 허상이지. 그렇게 정하면 정하는 대로 되는 것이 마음의 힘이다. 그런 정함이 결국 나를 불행하게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적어서 불만족이라거나 행복이라고 정하지도 말자. 그렇게 정하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저 산 위에서 살아야 되면 그런대로 살면 되고, 몸이 불편하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면 될 뿐, 산 아래서 산다고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고 모두 즐거운 것은 아니다. 산이나 강이나 몸이 불편하거나 건강하거나 삶은 모두에게 똑같다. 이것이 진리다. 부처님의 모든 진리는 이것 아니면 저것을 찾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이 핵심이다. 열심히 살되 무심으로 사는 것 이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어떤 보살이 마음을 법에 머물러 보시하는 것은 마치 어두운 곳에 들어가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고, 마음을 법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면 눈도 있고 햇빛도 밝게 비쳐서 여러 가지 물건을 보는 것과 같다."는 말씀에서 '법에 머물다'는 말은 인과에 연연한다는 말이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과보가 있을 것이라는 인과응보를 기대하는 것이 법에 매이는 것이다.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하듯이 무엇을 주고 준 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댓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오히려 더 줄 것이 없나 살피는 마음으로 주라는 말이다. 좋은 일하고 보답이 없다고 욕하면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이런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밝은 곳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좋은 일을 해라. 그러면 복이 온다"고 가르치지. 내가 해주었으니까 너도 나를 위하여 뭔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보상이 제 때 오지 않거나 성에 차지 않게 왔다고 생각하니까 불행해 지는 것이지. 모든 사회적 윤리가 그런 바탕에서 시작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가르치자. "너는 항상 주어라. 그러나 댓가를 바라지도 말고, 주었다고 생각도 하지 마라. 영원히 잊어버려라. 그래야 죄를 짓지 않는 것이란다." 보답을 바라는 것은 곧 죄를 짓는 것이요, 불행 시작이다. 이왕 살아야 하는 삶, 밝은 데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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