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4-7]제14분. 상을 떠나 고요함에 이르라: 마음에 끌려가지 마라.
일체의 상을 떠나 마음을 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여기서 말하는 상(相)은 색(色)과 같은 말로 정형화된 어떤 틀이나 형상을 의미하여 세상 만물, 개념, 생각, 의미, 뜻과 마음에서 나온 모든 생각을 말한다. "불자라면 응당 색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나 의미에 집착하지 말고 무심의 상태에서 말하라는 의미다. 가족이 갑자기 쓰러졌는데 아무 생각없이 업거나 차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다음에는 담당 의사가 뭐라고 말하기 전까지 아무 생각도 단정도 하지말고, 설사 의사가 뇌졸증에다 회복하기 어려운 중증이라고 하여도 불쌍하다거나 죽으면 안된다거나 하는 어떠한 생각이나 마음을 흔들릴 필요가 없다.
담담히 받아들이고, 지혜로운 선택이 무엇인지 그것을 생각하고 단지 법당에 가서 최선을 다하여 기도하되 부처님의 뜻에 맡길 뿐... 일찍 죽어도 매달 월급 다 써가면서 7년을 병원에 누워있어도 항상 무심으로 받아들이고 그 어디에고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내라는 말이다. 그것이 인연의 법칙이다. 그렇게 큰 깨달음의 마음을 내고, 당연히 소리, 향기, 맛, 촉감, 지식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고, 응당 머문 바 없는 그 마음을 내라는 말이다. 어디에고 집착하여 마음의 동요를 만들지 말고 한 생각이라도 일으키지 말고 항상 고요하고 담담하라는 말이다.
알고 보면 인생은 꿈과 같이 내가 만든 세상이고, 그 본질은 고요한 세상이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면 본질과 멀어진 삶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원래 고요하고 삶도 죽음도 병도 없으니 그런 것에 동요할 필요가 없다. 항상 고요하되 그 속에서 마음을 유지하고 사용하자. 즉 마음을 항상 사용하되 내면은 고요하게 하라는 말이 부처님의 말씀이다.
마음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지만, 곧 머뭄이 아니라는 말은 사실 마음은 머물려고 해도 머물러지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비어있는 것인데 어디에 머물 것인가? 기억이라는 두뇌 한 쪽에 저장했던 것들을 마음이 순간 사용하는 것이지 마음의 저편에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머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래 성품은 항상 비어있다는 말은 그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성품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말이다. 성품에 어떤 것을 아무리 머물게 하려고 해도 머물게 할 수 없다. 즉 그 빈 성품이 주인이 되어서 빈 속에서 일체를 사용하라는 말이다. 끌려가지 마라. 그것은 실제로 나의 망념일 뿐이다.
살면서 고생만 실컷 하다가 조금 살만해졌는데 갑자기 병이 나거나 사고를 당해 갑자기 죽어서 불쌍하다며 슬퍼한다. 그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다, 망자는 한번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삶만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다. 불쌍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내가 죽는다'는 생각마저 없는 경지는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가족들 사이에 '내 것' '내가 옳다'는 집착을 버린지 오래기 때문에 죽어도 죽음은 없다. 무엇이 죽나? 죽을 사람이 있어야 죽을 것이 아닌가? 항상 조용히 기도하면서 고요한 가운데 내가 해야할 일을 살피고 실천해나가는 태도가 비우고 머물지 않는 진정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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