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라톤 대회의 완주를 상상할 수 있다. 마라톤 완주는 꿈 속에서만 시작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목표로 하는 거리까지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을 때 엄청난 좌절감과 함께 나의 오만에 대한 부끄러움에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되는 이유다.
장거리 달리기는 그렿게 나의 희망과 신념을 극한적으로 시험하는 과정이다. 그런 시련의 시기에는 항상 나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나 자신에게 있으며, 내가 충분히 끝까지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먼저 증명해보여야 한다.
자기 증명에 대한 생각과 결심으로 이를 악물고 고군분투 노력하지만, 걷고 싶거나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때 나를 계속 달리도록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친구들이다. 그런 사회적 경험을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살이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
내가 세상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상대해서 실패하는 이유는 세상살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만함 때문이다. 모든 것이 세상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한계 때문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나와 함께 가는 사람들의 단함된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소중한 교훈을 깨달아야 세상살이가 한결 편하고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을 거기서 얻는다는 지혜가 생기게 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내 인생도 있을 수 없다.
장거리 달리기를 포기하는 순간 절대로 두 번 다시는 그런 먼 거리를 나의 두 발로 달려 주파하는 행복감을 경험하지 못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인생살이에 대한 뚜렷한 전망과 확고부동한 결심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깨닫게 된다.
내 인생은 나의 두 발로 끝까지 가야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이지만, 무언가를 위해 서로 마음을 합치고 그런 믿음이 서로의 가슴 속에 깊숙히 뿌리 내리면 세상에 이룰 수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확신에서 용기와 힘이 나온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막연한 말의 의미를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체감하고 그대로 간직하게 된다. 세상을 살면서 나를 격려하고 지지해줄 튼튼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매일의 인생살이가 확실성보다는 꿈으로 이루어지듯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장거리 달리기에 대한 도전 역시 나의 능력에 대한 확실한 믿음보다는 '한번 가봐야겠다'는 꿈으로 만들어져 있다. 미래는 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나의 생각과 꿈속에서 존재한다.
훌륭한 소설도, 비행기도, 인터넷도 모두 하나의 꿈에서 시작되었다. 화가가 자신이 그릴 그림을 상상하듯이 나의 미래는 내가 상상하는 장거리 달리기라는 꿈의 이야기를 재료로 만들어내는 한번도 맛보지 못한 멋진 요리다. 내가 마라톤을 하는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