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4-10]제14분. 상을 떠나 고요함에 이르라: 머무름 없는 마음이란?
경전은 '말과 글'을 통해 '말과 글 없음'에 이르는 길이고, 선이란 '말과 글 없음'을 통해 '말과 글 없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길이다. 내가 믿음의 마음을 내고 한 걸음 불법에 다가가면 부처님께서는 그 다가오는 마음을 끊으라고 하신다. 그래서 멈칫하여 온 길로 되돌아가려 돌아서면 다시 자비의 손을 뻗어 가까이 오라고 당겨주신다. 다시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려면 다시 그런 집착의 마음을 사정없이 내다버리라고 하신다. 이런 과정이 금강경에서 수보리와의 대화 속에 계속 반복되고 있다. 수보리는 이 과정 속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 무한 공덕의 도리를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8개월간 절의 대중들이 먹을 음식을 방아로 찧고 키질을 했던 일자 무식군 혜능선사처럼 얼마나 스스로를 싸고 있는 마음의 흔적들을 찧고 키질로 벗겨 내었을지 생각해 보자. 보시하면 베푸는 것이라 여기는 마음, 인욕하면 참는 것이라 생각하는 마음, 지계하면 계를 지키는 것이라 여기는 것 일체가 하나의 상(마음 모습)이고 집착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집착이 안심입명(安心立命), 즉 어떤 것에 의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완전히 평정(平定)한 편안함에 달한 마음의 상태 혹은 열반에 도달하는 것을 어지럽힐 따름이다.
진정한 보살은 '중생을 돕는다'는 생각이나 마음이 없다. 중생이 따로 없음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돕는다는 일 또한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중생은 있지만 돕는다는 생각만 끊는 것이 아니며, 중생은 없지만 돕는 행위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서 안된다. 어느 쪽에도 상(相)이 없는 것이다. 혜능 스님이 출가하게 된 계기가 된 "응무소주 이생기심(능히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는 염불소리도 그와 같다고 하겠다.
"보살은 마땅히 모든 것을 떠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최상의 올바른 깨달음을 내야 한다"며 일개 중생인 내가 무지와 편견에 따른 망상으로 금강경의 도리를 잘못 단정지을 모습을 경계하신 것이다.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하라"는 '지악수선'이 절실한 오늘날의 이 현실적 시점에서 '선을 행하라'가 중요한 가르침이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가 '선과 악이 본래 있는데 우선 선을 행한다'고 분별심을 가지고 있지만, 더 이상 악행을 하지 않게 되면 하는 일마다 선행이 되어 '선악이란 본래 없는 것'이란 근본 도리를 깨우치게 되는 것이 불법의 모든 과정이고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불교 경전들의 내용이다.
계율이 얽매여서 계율을 지키는 삶은 되는 대로 사는 삶과 근본 이치에서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여자 몸에 손대지 말라는 계율은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인 여자를 못본 체하라는 계율의 형식에 따르라는 말이 아니라 우선 죽어가는 있는 생명을 살라기 위해 우선 어디든 잡고 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올바르게 계율을 지키는 도리라는 말이다. 바깥의 경계에 이끌림이 없이 마음을 내야 한다는 것은 사실 보살행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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