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첫 일요일이었던 지난 5월 4일은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가 열한 번째 열린 날이다. 올해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6일 석가탄신일인 사월초파일까지 쭈욱 계속되는 연휴의 중간에 있어서 참가자 감소를 예상하고 시작되었다.
날짜를 연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가정의 달인 5월 첫 일요일에는 '일 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슬로건 하에 수익금 전체를 소아암 환우들에게 의료비로 기부하는 국내 유일의 순수 기부성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사람들에 기억시키기 위해 강행했다.
참가 신청 마감이 가까워 오면서 세월호 사태도 겹쳐지면서 국민적 애도 물결 속에 참가자 수가 막상 작년보다 2,000여 명이나 적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모든 경비를 최대한 절감하면서 대회의 질은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 숙제가 더 커졌다.
정해진 수입에서 대회 운영에 필수적인 기념품이나 무대설치, 급수대운영, 응급환자를 위한 심장제세동기를 휴대한 구급요원들을 주로 1km마다 배치하고 자전거와 레이스패트롤팀 또한 심장제세동기를 휴대한 채 투입되고, 심폐소생술 교육과 이런 운용을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임대료 등의 물리적 비용들은 거의 고정비용으로 지출되며, 참가자 수에 크게 관계가 없다.
불요불급한 경비를 최대한 절감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덕분에 흥미 위주의 일시적 이벤트들은 모두 생략되었고, 대회 정정체성에 맞는 필수적인 항목들만 남기려는 마음가짐과 기준을 잃지 않게 되었다. 핵심사업에는 조그만 차질이 생겨도 대회의 취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살아가다 보면 당장의 손에 현금이 없다고 하더라도 신용을 활용한 과다 지출의 유혹에 사로잡히기 쉽다. 우리 대회에서는 이것은 절대 사절이었다. 꼼꼼하게 예산을 수립하고 철저하게 지켜서 대회의 핵심사업에는 어떠한 차질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대회를 국내 유일의 순수 기부성 마라톤대회를 11년 째 개최하고 조직위원들이 매월 세 번째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모여 연중 내내 의논하고 준비하면서 아직도 변변한 사무실 하나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또한 그런 연장선상의 이야기다.
무엇이든 "기부와 안전"이라는 대회의 핵심 정체성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그래도 버티는 것이 이미 지금까지 열두 해를 지나면서 체질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지만 쓰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을 새로 시작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늘 성공이 아른거리고 세상이 알아봐 주길 바라고 좋은 인상을 남고 싶어한다. 헤프기 쉬워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 대회는 항상 해마다 처음하는 기분으로 시작하여 대회 종료 선언을 하는 순간 처음으로 큰 일을 치룬 후의 그런 긴장이 풀리면서 맥이 탁 빠지고 마음이 텅빈 듯한 허전함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경비가 짐이 되지 않는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해마다 우리의 당면 목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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