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태어나 그냥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있다가 몸을 뒤집고 이리저리 기어다니고 무언가에 의지하여 일어서다가 혼자 걷고 달리게 된다. 또 자라면서 유아원과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세상을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 온전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평생을 제자들에게 자신이 법과 계율을 성취한 순서와 그 자세를 제자들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하셨다.
처음으로 불법에 관심을 가진 수행자에게는 몸과 마음으로 계를 지키고 말과 뜻을 지켜 행동을 청정히 하는 법을 가르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고, 주인이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성적이나 다른 어떤 행동이나 말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거짓말이나 욕설, 혹은 꾸며낸 말이나 이간질을 해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되며, 마음에 생기는 욕심이나 성내고 짜증내는 마음이나 어리석은 마음을 만들지 않고 항상 깨끗하고 청정한 마음을 유지하여 일상생활에서 계를 지키고 행동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 되면 혼탁한 세상 환경을 떠나 조금 조용한 장소에 가서 머물며 단정히 앉아 원을 바로 세워 생각이 다른 데로 팔리지 않도록 하는 수행을 한다. 이 과정에는 마음을 얼굴 전면에 딱 집중시켜 처음에는 호흡관, 즉 호흡을 통해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과정에 의식이 깨어 있는 수식관(이것을 아나빠나라 한다)을 하고,그래서 아나빠나에 의해서 정신통일이 이루어지면, 다음에는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느낌에 깨어 있는 소위 비파샤나를 행한다. 이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 등의 마음의 흐름을 들여다 보는 수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재물과 재주를 보더라도 가지려 욕심내는 마음을 내지 말고, 성냄과 잠자기도 그렇게 하고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마음을 깨끗이 지키는 법을 몸과 마음에 체화되도록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부처님께서 자세하게 잘 가르쳤고 솔선수범으로 모범도 보여주셨고 수행자 자신도 지금 열심히 수행하고 있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럴까? 즉각적이면서도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현재 있는 곳에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가는 길을 알지만, 또 네비게이션이 출발만 하면 네비게이션이 아주 자세하게 지름길과 둘러가는 길뿐만 아니라 장애물이나 과속측정장치의 위험까지 모두를 알려주지만, 본인이 게으름을 피워 출발하지 않는다면 갈 수가 없다. 또 설명만 듣고 출발을 하지 않거나 가르켜주는 대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버리면 제대로 도착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똑같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 열반의 경지에 오르셨고, 자신께서 해오신 과정을 있는 그대로 행동으로 제자들에게 보여주시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 가르침을 따라 깨달음을 얻고 않고는 부처님의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라 순전히 제자나 수행자들의 잘못된 수행이거나 책임이다. 머리 깍고 절집에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수행법에 따라 제대로 수행정진하면 어떤 사람이나 모두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학생이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그것이 선생님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라는 말이다.
자동화 스위치에만 익숙해진 우리는 그냥 스위치만 누르면 목적지까지 나를 데려다 주길 은연중 원하게 된다. 이발사나 미용사가 내 머리를 대신 깍아주길 원하듯이. 그러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길은 누군가 나를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지 자세히 가르쳐 줄 수만 있을 뿐이다. 그것을 해본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론이나 공식만 달달 외운 사람과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고 가본 사람은 같을 수가 없다.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며, 가장 중요한 차이가 과정에 관한 한 점 흐트러짐 없는 확신이다. 그런 확신으로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난관들을 용감하게 뚫고 나갈 수 있다.
명상 수행 하나만 봐도 그렇다. 이것은 단지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숨이 들어 갈 때는 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숨이 나갈 때는 나가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론적으로는 너무 쉽지만 해보면 그리 간단한 과정이 아님을 알게 된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려 집중이 안 되고 번뇌망상이 끼어서 집중이 안 된다. 해본 사람들은 그것이 수행에 그리 큰 방해가 아니며, 호흡에만 집중할 뿐 나머지 일어나는 것들은 일어나는 데로 가만히 놔두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질문하는 사람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지만 경험을 해본 사람은 다 이미 겪어 보았기 때문에 "조금 더 하면 돼!"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이유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인생살이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것과 똑같지 않는가? 그런데도 하지도 않으면서 질문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냥 스스로 결심만으로 하루 아침에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행동하지 않는 이론가도 문제지만, 지도나 여권없이 여행을 출발하는 사람도 제대로 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전은 지도와 같다. 실제로 낯선 길을 가다 보면 지도가 있어도 헷갈릴 때가 많다. 경전은 지도와 같으므로 많이 읽고 스승들에게 많이 물어가며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다.
지식은 이론 일뿐이라서 항상 현실과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고,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시 책 뒤져보고 또 다시 해보다 보면 세상이 새롭게 달리 보이게 된다. 눈이 뜨이는 만큼 귀가 열리고, 새로운 소리가 들리는 만큼 의식의 수준이 달라진다. 실패가 연속되면서 성공이 따르는 것이다. 실패란 좌절하고 포기해버리는 것이지만, 안될 때는 안 되는 원인을 밝혀 연구하고 다시 시도하기를 반복한다면 누구나 모두 열반에 이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팡이 삼아, 뗏목 삼아, 안내자 삼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그 곳에 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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