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하는 것은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변화는 나에게는 간절한 소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원하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세상은 둥글둥글 하면서도 나선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네 번의 빙하시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난 무리들은 현실을 피해 달아난 원시인들이 아니다. 난관을 뚫고, 짐승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자들은 앉을 나무조차 없어진 그 자리에 버티고 있으면서 나무 열매 대신 짐승을 잡아 고기로 배를 채우고 햇볕 대신에 옷과 불을 만들어 낸 무리들이다.
어떤 현상은 당장은 후퇴로 보이지만, 크게 보면 생존을 위한 일보 전진의 선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에서 학벌의 대우가 예전만 못한 것이 맞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전이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느낀다.
어려운 상황은 사람을 분발하게 하지만,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안락한 환경에 처하면 쉽게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천적이 없는 동물은 시간이 갈수록 허약해지는 반면, 천적이 있는 동물은 점점 더 강해지고 웬만한 공격쯤은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현란한 현상들로 이루어지는 일상의 삶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이미지에 일시적으로 현혹될 수도 있고, 사회가 일시적으로 퇴행을 겪고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누군가 변화를 막으려 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왜 변화를 막으려 할까? 아직도 우리 나라 고위 공직자의 프로필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출신지역과 학교다. 아예 매뉴얼처럼 박혀 있다. 그것으로 인선의 잘잘못을 따지는 언론들조차 자신의 행동을 당연한 듯이 알 권리라고 선전하고 있다.
부모나 학생들 본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것 봐라. 모두가 소위 명문대학을 나왔잖아!"하면서 자신이 보고 있는 현실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잠재의식으로 굳어지게 된다. 탱자나무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탱자 나무 가시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다는 의식이 심어지는 것이다.
지연과 학연을 파헤치는 것은 알 권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언론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자기 당착적인 행동이다. 지연과 학연을 파헤침으로써 대안을 제시하기는 커녕 더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원한다고 알고 싶은 것을 다 공개할 수도, 하지도 못하면서 자기 편한대로 하는 행동일 뿐이다.
알 권리라는 주장의 바탕은 사회적 인간관계의 유불리 때문이다. 쉽게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사람들이 성공하기 쉬운데, 누가 어려운 길을 택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인가. 기본적인 논리마저 갖추지 못한 사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인간관계는 나의 진전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통찰과 고민이 없이 학연이나 지연, 혹은 고시라는 수단에 의한 관계는 삶의 가장 원초적인 공동체적 삶의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