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60대에 접어든 이후 한번씩 지나간 삶을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도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직에 도움이 되는 큼지막한 일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인생살이 자체가 별로 어렵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살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나름대로 꽤 성공한 편안한 삶을 접고 처음 개원을 했을 때도 잘만 하면 부자는 금방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나의 간절한 바램이 아니라는 사실, 즉 경제적으로 살만 하면 될 뿐, 한번도 풍족한 삶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대학 때 세운 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간수술 외과의사였다. 그런데 개원할 때까지 그것과 너무 동떨어진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왔고, 이제 막상 개원을 하고 보니 나의 평생의 목적과 너무 다른 환경 속에 들어온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표가 헷갈리는 삶에서 다시 열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다시 봉사하는 삶을 찾아야 했다. 모든 의사들이 다하는 개원 현장에서는 왜 내가 필요한지, 내가 하려는 것은 이미 모든 동료개원의들이 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나이들어 개원한 내가 더 뒤처진 쪽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꿋꿋하게 내 구상을 성명하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집사람의 말 그대로 "돈 안되는 것'에 열과 성을 다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끌어들였다.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가 오는 가정의 달 5월 첫 일요일인 4일에 열한 번째 대회를 치르게 된 것도 그런 덕분이다. 우리 대회는 2002년 IMF 사태 때 직장을 잃은 젊은 소아암 부모들에게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직장에서 강제퇴직한 젊은 부모 환자를 만나 자식이 소아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엄마는 아이치료에 전념하고 자신의 벌이로는 치료비를 충당하기에 버겁고, 이제 이혼하는 수 밖에 없다는 슬픈 이야기를 듣는 순간 생애 최초, 최대의 일을 저질러야 될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부모가 이혼하면 아이는 엄마가 키우며 의료보호를 받으며 치료비라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만약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성장의 환경이 파괴된 이상 제대로 정상적으로 성장하기에 어려움이 많아진다.
결연한 마음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마라톤대회를 열어 십시일반 참가비를 받고 운영은 협찬금을 받으면 쉽게 해결이 되면서, 사람들에게 소액기부의 분위기도 확산시키는 일석이조의 새로운 기부문화행사 하나를 개발했다는 흥분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금방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위험한 시기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아직 망하지 않고 올해 열한 번째 대회일이 다가오고, 조직위원들의 단합된 의지로 지금까지 약 3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전부 기부하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대표적인 순수 기부성 마라톤대회로 입지을 넓혀가고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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