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6-4]제 16분. 능히 업장을 깨끗이 하다: 삶에서의 재앙은 부처님의 가피력이다.
열심히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닥쳐오면 마음 속에 '노력하나 마나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주저앉고 마는 경우들이 있다. 금강경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상의 삶에서 겪는 재앙들이 인과의 법칙에 따라 지은 지난 악업을 점차 소멸시켜 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지은 업을 모르면 당하는 재앙만 억울하다는 생각과 분한 마음에 휘둘리며 살아가게 된다.
'나는 정말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데 왜 내 인생은 이 모양 이 꼴일까?'라거나 '왜 나에게는 뭐 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며 불평하게 되는 마음의 이면에는 '내가 잘났다' '내가 옳다'는 분별심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내가 지은 업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많다면, 그것은 그만큼 나의 인연을 모르고 감사하는 마음, 겸손하게 고개 숙이는 마음을 내기보다 적반하장으로 내가 잘났다는 망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알아봐야 한다.
청해진 해운의 실질적 소유주 유병언 같은 사람이 세상의 올바름을 온통 어지럽히고 당연히 해야할 책임을 다하지 않으며 온갖 못된 짓은 혼자 다하다가 막상 전국민을 슬픔 속으로 몰아넣은 큰 사고를 치고서도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막상 검찰 조사에는 나오지 않고 잠적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설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왜 나만 이런 불행을 당해야 하는가'라는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은 나 자신의 인과를 모르기 때문이며, 분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잘났다는 생각과 내가 지은 업장을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자. 살아오면서 '내가 손해본다'는 생각은 무엇이든 내가 남에게 해주고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금강경을 공부하는 공덕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은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 나의 인과와 잘못을 모르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탄식하고 불평하며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나를 바로 알기만 하면 꾸준한 공부와 수행으로 날로 좋아지고 있는 과정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희망의 메세지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해 온 우리 식구 모두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재앙을 수행의 디딤돌로 여겨 내가 진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아나가는 것은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다.
부부가 살아가다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도저히 같이 살지 못하겠다고 비명을 지르거나 갈라서거나 쫓아내기도 하는 것은 바로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티격태격하는 소동 속에서도 조금씩 나아지고 개선되는 과정임을 볼 수 있지만, 수행도 하지 않고 노상 다투기만 한다면 결국 서로 갈라서는 것 외는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찌보면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다.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꾸준히 참아내는 인내가 절대적이다. 그렇지 못하면 업장이 소멸되기도 전에 '나는 도저히 안되겠어'라며 수행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 다 되어 가는 공부를 놓치지 않으려면 꾸준하게 지켜보는 여유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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