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전편 상편 정리] 나를 세상에 맞추자.
'걷거나 달리거나 앉거나 눕거나 말을 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조용히 있을 때[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나 관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제자들과 소통하며 명상 수행을 함께 하는 모습에서 깨달음의 모든 것을 보여주시는 부처님을 수보리가 감격스럽게 우르러 바라보며 '이 산란하고 번뇌망상에 치우친 마음을 항복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으로 금강경이 설해지는 역사적 상황이 시작된다.
수보리의 이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일체 중생을 구제하려는 마음을 내라'고 답변하신다. 우리는 흔히 일상의 삶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을 잘못 만났거나'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나 친구, 혹은 자식 때문'이거나 '돈이나 직장 때문'이라는 내가 아닌 나 이외의 어떤 이유나 상황, 혹은 조건들 때문에 인생이 괴롭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이 나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의 일부분으로 변화에 맞춰갈 수 있도록 나 스스로를 능동적으로 변화시켜야 더 성공적이고 괴로움이 덜한 인생살이가 가능하다.
외부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어야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에 내가 끌려다닐 수 밖에 없으며, 이런 나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내 인생살이 번뇌의 근본원인이고, 내 인생이 괴로워지는 실상이다. 이런 괴로움은 내가 옳다는 아집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일체의 재앙이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상을 내게 맞추려는 헛수고를 하는 대신에 나를 먼저 능동적으로 세상에 맞추라는 가르침을 주신다. 나 자신이 먼저 나에게 괴로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친구나 이웃들, 혹은 자식들을 먼저 구제하라는 것이다.
나에게 괴로움을 준다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눈과 마음으로 아프고 답답한 심경을 헤아리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도우려는 행동을 하는 것이 반대로 나의 괴로움을 치유하고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길이 된다는 말씀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내가 누군가를 구제했다는 마음이 일어난다면 나 중심적인 아집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므로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느냐?'는 마음이 생기는 한 번뇌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경계해야할 점이다.
'만약 모든 형상있는 것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볼 때 여래를 보리라[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라는 금강경의 핵심을 교리적으로 정리하며, 이 사구게를 지니고 복을 닦는 사람이 진실한 믿음을 가지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크기의 공덕이 있어서 큰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가르쳐 주신다. 형상과 소리, 냄새나 맛, 그리고 감촉과 인식에도 휘둘리거나 이끌리지 않으면서, 그런 마음으로 보시를 실천하는 것이 비로소 한량없는 큰 깨달음의 공덕을 얻는 길이라고 알려주신다.
도를 깨달은 수준에는 한번만 더 갔다가 오면 도를 깨치는 수다원, 들어감이 없는 사다함, 가고 옴 자체가 없는 아나함, 깨달은 바 자체가 없는 아라한의 4과가 있으나 실제로 자성의 자리에 무슨 단계가 있을 수 없다. 수 많은 형상이나 번뇌망상도 결국 하나로 통하며, 본래 하나를 세우면 반드시 상대가 있어 둘이 되는 까닭에 세우지 않음으로써 하나을 세우는 일상, 즉 무상이야말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깨우침을 주신다.
'마땅히 머무는 바가 없이 마음을 내는 도리[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깨달음의 실체는 거울과 같아서 수 많은 모양을 비추지만 그 어떤 한 물건도 집착하여 그려낸 바가 없다는 비유대로 수 없는 도의 길이 있지만, 한 길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는 불교의 중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화단의 각양각색의 꽃들은 저마다의 의미가 있건만 내 마음 속의 차별상이 아름답다고 추하고 이롭고 해롭다며 서로 구분함으로써 번뇌 망상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본래 아름다움과 추함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치면 차별의 경계를 벗어나고 저절로 번뇌는 사라지고 심신이 자유롭게 된다.
이런 무량공덕의 혜택을 금강경을 가까이 두고 읽고 배우고 주위에 가르치는 공덕을 따라올 것이 없다. 비록 지옥에 떨어질 죄업의 인연이라도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공덕의 힘으로 현생에서 약간의 재앙을 만나는 것으로 소멸하고 결국 큰 깨달음의 경지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어떤 재앙을 만나더라도 업장의 소멸과정이기 때문에 수행 중에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이다.
결국 나만의 수행이나 훈련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가의 결과적 모습이 곧 현재의 나 자신이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 자신의 삶에 대한 절대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한 객관화 하려 노력하는 것이 생활 속의 수련이고 수행이다. 이러한 삶의 철학이 곧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이고 수행하는 과정이 곧 나의 인생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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