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6-2]16분. 능히 업장을 깨끗이 하다: 누구도 주는 것은 없다. 믿음으로 스스로 깨달을 뿐...
먼저 수행자는 스승을 잘 섬겨야 한다. 항상 스승에게 공양하고 받들고 섬겨야 한다. 스승을 믿음은 믿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스승을 높이 추앙하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믿음이 있으면 도둑 놈이 한 말에도 깨닫는다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믿음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말도 의심하고 듣기 때문에 깨닫지 못하게 된다. 스승은 제자에게 수강료만 받는 도둑놈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도 주는 것은 없다. 부처님도 제자에게 주지 못했어. 다만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온전한 믿음을 통해 스스로 깨달았을 뿐이다. 석가모니불도 전생에 연등불과 그 이전의 많은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받들어 모시고, 그 분들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결국 자기를 깨닫게 했던 것이다.
대학 때 바위 사이를 건너 뛰다 절벽으로 떨어졌는데, 중간에 소나무인지 잡나무인지 모르겠는데, 거기에 걸렸어. 그 아래는 바로 약수터가 있어서 사람들이 약수를 먹으려고 있다가 무슨 소리에 위를 쳐다보니 내가 나무에 걸려 넋이 빠져 있었지. 잠시 후 정신을 차려 매고 있던 쌕 안에서 보조밧줄을 내어 걸려있던 나무에 걸고 무사히 내려왔지. 절벽에서 떨어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내 머리 속을 지나갔던 짧은 인생의 파노라마와 이제 죽었구나라던 생각과 나무에 걸려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의 느낌이 아직도 선명하다. 원래 죽음의 순간은 없는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순간에는 죽음의 두려움이나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어. 아 이제 마지막이구나라는 막연한 현실이 그대로 전해져 왔을 뿐이지. 그러니 오지 않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올 것은 언젠가 오게 마련이고,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있는 그대로 담담히 받아들이면 될 뿐이다. 인생을 크게 보면 그 만큼 고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금강경을 부처님께서 크게 강조하고, 선불교에서 육조 혜능스님이 이 경을 보고 깨달은 이유가 바로 부처님께서는 아무 것도 세우지 않는 진리 그 자체인 금강경을 매우 사랑하고 크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금강경의 공덕이 하도 크고 그 이치도 높아서 그것을 일일히 다 말하면 모두 미치지 않으면 어지러을 것이라고까지 했을 정도이니 얼마나 대단한 경전이냐 말이다. 부처님의 마음은 바로 바다보다도 크고 우주보다도 커서 해가 아니라, 우주를 삼키고도 남을 정도다. 그처럼 이 경을 지니거나 외우는 공덕도 대단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금강경을 외우고 또 외워서 복도 쌓고 그 뜻도 알아차리기를 기대해보자.
만약 부처가 되는 것이 도를 닦아서 되는 것이라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나 부처는 이미 되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과거에 가능했다면 지금도 가능한 일이지. 옛 선사들이 닦지 않고 바로 깨달음 하나로 부처가 된 사례들이 좋은 실증적 예가 되겠다. 만약 누가 도를 닦아서 부처가 되는 것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정통 선불교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마 소승 불교를 하는 교학자일 가능성이 높다. 선불교를 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깨달아 내 마음 속의 부처를 회복한다고 말할 것이다. 금강경을 읽어 복을 닦는다는 것은 하나의 신행수단이고 진짜 목적은 깨달음에 있다. 많이 읽고 외워서 금강경의 이치를 반드시 깨닫도록 하자.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자꾸 자기 눈으로 선사들을 해석하려고 하는데, 선사들의 선문답은 누가 해석하거나 주석을 붙여주어도 모르는 눈으로 어떻게 불교가 어떻고 선이 어떻고 평할 수 있겠나 말이다.
움직이는 마음을 중지하면 즉시 알 것인데 그것 하나 즉시 중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마음으로 도를 보려고 하고 진실을 보려고 하니 어떻게 알 턱이 있겠나 말이다. 경전 공부를 하다가 보면 자꾸 머리로 알고 이해하려 하는데, 이것은 움직이는 마음을 즉시 멈추어야 한다. 앞으로 가는 기차 속에서는 절대 사물의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앞으로 달려가는 것을 중지해야 진실이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은 중지하지 않고 알음알이로 자꾸 알려고 하다가 모르겠으니까, 그러면 화두 들고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모르는 눈으로 보면 허공에 뜬 구름 잡는 격이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아둔하고 상이 많고 겸손하지 못하고 쉬지 못해서 안보이는 줄은 모르고 스님들이나 깨달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다 알음알이라고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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