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8-7]제18분. 일체를 하나로 보라: 괴로움은 현재에 일어나는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모두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마음이니, 중생이니, 여래와 구별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에 일체 중생이 곧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이 곧 일체 중생이므로 중생을 구한다는 생각 자체가 원천적으로 일아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낳은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과 비슷하겠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자신과 자식을 구분하는 경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부처와 다른 점이다.
중생이 나를 떠나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중생을 떠나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부처를 보고 욕을 하면 부처는 다만 나를 불쌍히 여길 것이다. 벌을 준다거나 섭섭하다는 생각 자체가 일어날 수 없다. 이것이 나와 부처의 차이이기도 하다. 마음의 실체는 무엇인가? 배가 고플 때는 누구든 밥을 주는 사람이 고맙다. 그런데 그 밥을 먹고 배탈이 났다면 조금 전의 고맙던 마음은 사라지고 원망의 마음이 자리를 잡는다. 약을 먹고 회복이 되면 다시 고마움이 생기게 된다.
마음이란 덧없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덧없는 마음은 걸림 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같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어른은 아이 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가 좋다고 훈계하는 어른의 마음은 어릴 때의 상황이 그립고 즐거운 것이지 마음까지 어릴 때의 마음은 아니다. 어른의 마음은 지금의 마음이고 어릴 때도 지금처럼 마냥 즐거웠던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이란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져간다.
바로 '이것이 마음이다'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다면 나에게 일어나는 '괴롭다, 슬프다, 외롭다' 같은 갖가지 번뇌들은 한결같이 덧없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중생들의 마음에서 존재하는 수천 수만 가지 갖가지 중생의 마음에 실체가 없다면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이겠는가? 다만 이름하여 마음이라 할 뿐, 그것은 내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분별에 불과할 뿐이다. 중생이나 부처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즐거움이나 괴로움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과거의 기억을 살리기 때문에 현재의 즐거움이나 괴로움이 있는 것이지 과거를 생각하지 않으면 지나간 과거가 나를 행복하게 하거나 괴롭힐 수가 없게 된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은 엉뚱하게도 그 때의 그 상황이나 사람이 아니라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어떤 좋지 않은 상황이나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생각들이다. 괴로움은 현재에 일어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해도 죽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슬프지 않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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