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7-3]제17분.궁극의 경지에는 아상이 없다: 집착은 나의 그림자다.
"어떻게 그 마음을 바로 머물게 하여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굴복시켜야 할까요?(云何應住 云何降伏其心)" 라는 대목은 얼핏 제3분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의 말씀과 같으나, 내용은 다르다. 대승정종분에서는 일반인이 불법을 알기 위해서 단순히 어떻게 머무르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서는 "어떤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면 진정 '나'가 없어야 하는데, '나'가 없다면 무엇이 머무르고 무엇이 그 마음을 항복시키는가요?"라는 의미다.
삶이 괴로운 것은 가족이나 직장, 친척이나 친구 등 내 주변에 대한 온갖 집착에서 비롯된다. 그런 과도한 집착이 원인임을 알고 집착을 버릴 수만 있다면 마음은 곧 편해질 것인데, 그것을 놓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도리로 보이는 것을 못본 체 할 수도 없고, 또 그것은 책임있는 성인으로써 솔선수범해서 도우고 해결하는데 모범을 보여야할 일을 나 몰라라 내팽개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쉽게 쉽게 성공하는데, 나는 왜 잘 안될까, 돈만 벌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마음도 편안해질테니까 돈이나 열심히 벌자고 생각하게 되고. 이제는 돈 열심히 벌자는 그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괴롭히게 된다. 마음의 편안함이 아니라 돈의 양에 양에 집착하다가 돈도 뜻대로 잘 안모이고 살면 살수록 마음만 더 괴롭게 된다. '맞다. 돈보다 마음이 편안한 것이 중요해!'라며 편안한 마음을 찾는데, 돈버는 일보다 더 불편해진다. 왜 그럴까? 목적은 없이 수단에만 연연하기 때문에 진흙탕에 빠진 차바퀴처럼 헛돌기만 하고 구덩이만 더 깊어질뿐 빠져나올 수 없어지는 것이다.
더 빨리 출세하려고 복권사고 기도하고 점쟁이 찿아가고 성형수술하고 인사청탁하는 것하고, 빨리 도를 얻으려고 명상하고 참선하고 염불하는 것하고 어느 것이 더 좋을까의 차이일 뿐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집착의 뿌리를 끊어야 비로소 출세도 제대로 할 수 있고, 제대로된 깨달음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세속적인 복이 아니면 신비적인 신통력을 찾아 돌아다니며 인생을 허비할 뿐이다.
불교의 핵심은 나를 알고 나의 집착을 내려놓는 것, 즉 무아(無我)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중국의 혜가 스님이 달마대사를 찾아가 도를 구했을 때, 불안한 마음을 내놓아보라는 말씀 한 마디에 '불안한 마음'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것, 이것이 무아(無我)인 것이다.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공부하던 혜가도 부처님의 정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너무 괴롭고 불안하여 스승 달마를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스님, 저 혜가입니다." "들어오너라. 그런데 무슨 일이냐?"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 "편치 않은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럼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 주겠다." 혜가는 스승께 사실대로 말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불안한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너의 마음을 이미 편안케 해 주었다." 달마의 그 말은 혜가에게는 천둥이고, 번개였다. 혜가는 활짝 웃었다. 눈을 뜨면 항상 내가 있다는 착각에 빠져 불안했던 혜가는 달마의 이 안심법문을 통해 불생불멸의 진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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