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7-1]제17분.궁극의 경지에는 아상이 없다: 무상, 무위, 무정의 마음을 지키자
(상권에서의 법문은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수행자의 방식으로 싹 바꾸어 놓은 셈이며, 하권에서는 세밀한 부분을 점검하며 깨달음의 길을 나아간다. 여기서 부터는 해탈의 길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들으면 가벼이 짐을 내려놓게 될 수 가 있을 것이다. 금강경을 연구하는 불교학자들은 원래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을 여러 번 다른 곳에서 설법하셨기 때문에 그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설하여 이본이 있게 되었고 후대에 불교학자들이 그것을 같이 묶어서 상하가 있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뜻은 같으면서도 내용이 조금씩 다른 것이 하권이다.)
금강경의 처음에 했던 질문으로 하권을 시작한다. 여기 한 남자, 혹은 한 여인이 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다. 오늘 바로 지금 마음을 냈습니다. 큰 깨달음을 얻어 참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낸 성실한 한 남자 혹은 한 여인이 있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다스려야 될 것인지를 수보리가 다시 부처님께 질문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을 구제하려는 마음을 내어 구제를 모두 마쳤더라도 한 중생도 제도받은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바로 금강경의 주제, 즉 첫째 어디에 마음을 머무를 것인가, 둘째 어떻게 마음을 항복시켜 잘 다스릴 것인가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끝이 없는 최상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 즉 구도심에 대해 질문을 한다.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단서인 화두를 어떻게 해야할 지 묻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저 고통받는 중생을 모두 구제하리라. 지금까지 나는 사랑 받기만을 원했지만 이제는 그들을 모두 사랑하리라. 지금까지 남으로부터 도움 받길 원했지만 지금부터는 그들 모두를 도와주리라, 내 지금까지 의지처를 찾았는데 이제 그들의 의지처가 되리라. 이렇게 마음을 내라. 금강경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목적으로 설하셨다.
금강경을 자주 읽고 보다 보면 저절로 어떤 깨달음에 근접하게 되는 것을 나도 모르게 느끼게 된다. 깊이 몰두하고 재미있게 읽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영화에 저절로 빠져 들듯이 경을 읽고 생각하는데 몰두하면 저절로 금강경의 사상이 흡수되고 그에 따른 행동이 나오게 된다. 그것이 깨달으면서도 전혀 깨달은 기억이 없다는 말이다. 안개 속을 걸으면 옷이 안개에 젖듯이 저절로 내가 한 것이란 생각도 없이 어떻게 한 방법도 없이 행동이 나오게 된다. 그것이 바로 깨닫지 않으면서도 깨닫고 의도하지 않으면서도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금강경은 3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무상(無相), 무위(無爲), 무정(無定)이 핵심이다. 무상(어떤 모양을 세우지 마라), 무위(어떤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무정(어떤 것을 정한 바가 없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저절로 행동이 나오고, 그런 행동이 자연스러워지면 바로 부처가 된다는 이야기다. 원래 행동이 되면 깨달음은 따로 필요 없다. 깨달으려는 목적이 깊이 깨달아 올바르게 행동하려고 하기 위함인데, 이미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다면 더 이상의 깨달음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행동이 안되는 사람들이 깊이 깨닫고, 즉 반성하고 바르게 행동하려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니까 원래 되는 사람은 그냥 행동하면 되는 것이지 깨달음이 왜 필요하겠나 말이다. 금강경은 깨달음도 세우지 말고 행동할 것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그냥 진리를 설할 뿐 깨달으라는 말이 한번도 하지 않으셨다. 그냥 행동하면 그대로 된다고만 하셨다. 그래서 마음 속에 무언가 기준이나 한계나 모양을 만들고 고집하지 말라는 말이다. 금강경을 자주 읽거나 그 깊은 뜻을 깨닫기만 하면 우주의 근원을 봐버리기 때문이다. 무상, 무위, 무정 3가지에 마음이 머물게 되고, 이것으로 황소같은 고집을 꺽고 마음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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