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만들어진 경험의 파편들을 저장하는 것이 기억이다. 기억은 일생동안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여온 기억에서부터 지금 방금 들어온 새로운 기억까지 다양하며, 이것은 기억을 선명하게 새기는 해마라는 기억저장소의 작용에 의해 축적된다.
기억은 생명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내 자아가 무의식적으로 만드는 일종의 방어기전이며, 대표적인 동기가 새로운 상황을 만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욕구불만을 해결함으로써 무난하게 적응하기 위한 행동이다.
어느 순간 머리 속에서 번개처럼 번쩍이며 떠오르는 통찰적 생각은 오래 된 기억과 새로운 기억이 만나 서로 병합됨으로써 이루어지는 통합된 생각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뇌의 재고조사 기능이다.
뇌는 평생동안 나의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다양한 파편들로 분해하여 여러 구획에 운반하여 나누어 저장하며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때 활성화된 신경들이 남긴 발걸음의 흔적이 단기기억이다.
단기 기억이 좋아지면 기억저장소인 해마가 활성화되고, 그러면 훨씬 더 오래 동안 단기 기억이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저장신경을 자극하여 더 크게 만들거나 이웃 신경을 끌어들여 기억저장 공간을 더 크게 확보하게 된다.
어떤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뇌 속의 기억신경이 활성화되어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는 의미다. 군인들의 총검술 훈련처럼 반복 수련을 통해 해당 기억신경이 활성화되면 전투시 백병전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생명보전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단기 기억들은 뇌의 전두엽에서 일시적인 작업기억의 패턴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 기존에 저장된 단기 기억을 뇌의 앞쪽으로 잡아당겨 이와 관련된 장기기억으로 연결되고, 두 기억들이 합해져서 통찰력이 생기고 그것이 생각으로 나타난다.
그런 일은 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지루한 작업일 수 있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낯선 자극을 자꾸 주는 일이 기억신경을 자극하여 기억력을 좋게 하거나 젊은 시절의 뇌로 되돌아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합리적인 생각에는 이성과 논리, 분석력 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직관, 그리고 상상력 등 서로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억의 파편들이 자동적인 저장, 검색, 결합의 과정을 통해 동일한 생각의 구성요소인 것처럼 합쳐진다. 여기서 직관이 나온다.
새로운 낯선 것과의 만남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는 이유다. 좁은 범위에서 습관화된 행동과 생각만 반복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거부한 채 누에고치처럼 고치를 짓고 거기에 안주하게 되면서 퇴행이 이루어지게 된다. 어떤 일의 실행에는 섬광 같은 통찰력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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