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7-8]제17분.궁극의 경지에는 아상이 없다: 말에 끌려달리지 마라.
부처님의 출가동기는 '인간은 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가'였다. 심각하게 그 이유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힌두교의 신이 만들었다는 이론을 섭렵하고 곧 신의 존재가 허구임을 깨닫고, 인연법에서 찾다가 그것도 허망한 것임을 알았다. 6년간 진실을 찾다가 보리수 나무 아래서 참선하면서 어느 날 새벽 별이 반짝일 때 바로 그때 깨달았다. '아, 별은 언제나 저렇게 빛나고 있건만 보는 사람은 여러 가지로 보는구나.' 슬픈 사람은 슬프게, 기쁜 사람은 기쁘게, 고독한 사람은 고독하게, 절망에 빠진 사람은 절망적으로 본다.
불교는 허망한 이론을 진리랍시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진실이나 헛것도 아니다. 그래서 다 버린 것이다. 별은 다만 저러할 뿐인데, 빛이 지구에 당도할 때까지의 몇 억 광년의 시간 때문에 내가 볼 때는 이미 폭발로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다. 또 빛이 휘어지기 때문에 나는 지금 동쪽 별을 보고 있으면서 동쪽에 별이 떴구나 하나 실제로는 남쪽에 있는 별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별은 이미 폭발하여 수억년 전에 없어졌는데 다만 그 빛이 아직도 지구를 향하여 날아오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빛을 볼 뿐, 실제의 별은 실체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별을 보고 뭐라고 한 생각이라도 내면 그것은 자의에 의한 단정이요 생각이지 진실이 아니다.
'아! 그렇구나! 나는 여지껏 내 생각 속의 것을 찾아 다녔구나. 존재하지 않는 진실을 찾아 다녔어.'하고 깨달았다. 드디어 석가모니는 세상의 진실을 깨달은 붓다(깨달은 자)가 된 것이다. 생도 사도 병들고 늙음도 한낱 나의 생각 속의 것, 실은 생도 없고 병들거나 죽음도 없는 것이다. 내가 없는데 어찌 내가 죽고, 윤회를 받으랴. 그 후 붓다는 어떤 의미나 관념에도 끌려가지 않고 생사를 벗어나 담담히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생사란 다만 관념적으로만 존재하고, 우리는 거의 그런 관념에 끄달려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 오직 이 진실을 깊이 깨달은 자만이 유유히 관념에 끄달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부처님은 자기 말에 쫓아다니지 말라고 지겹도록 한 말씀 끝나면 또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왜 그랬을까? '내가 일체법이라 하니까 너희들은 정말 법이 있어서 그렇게 말했나 보다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말하는 그 실체는 없으나 다만 서로 소통하기 위한 말이었느니라.'는 말이다. 사람의 몸이 크다고 말한 것은 정말 커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람이 아무리 크다한들 산보다 크지 못하고, 작다고 벌레보다 작아지지는 못한다. 원래 크고 작음은 상대적이라 그런 것은 없지만 말하기를 크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앞으로 무엇을 만나고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말해도 다만 이름만 그러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절대 말에 끌려 가면 안된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것은 다 진실이 아닌 그런 말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언어의 뜻에 끌려가느냐 마느냐가 우리의 공부다. 알면서 안되면 그것은 모르니만 못하다. 알면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용기를 내어서 하나 하나 실천하도록 해야 얻어지는 것이 있고 결국 나중에는 화가 전혀 안나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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