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7-7]제17분.궁극의 경지에는 아상이 없다: 본래 헛된 것도 진실한 것도 없다.
'보시를 잘한다'는 말은 내 것이라는 생각없이 다만 대상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냥 주었을 뿐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일체의 바라는 마음 없이 그냥 빚갚는 마음으로 마땅히 그가 가져야 할 것이므로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말은 정해진 법이 없기 때문에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불법은 법이 없고, 부처님께서 깨달은 것은 어떤 법이 있어서 무엇을 깨달은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원래 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오고 감이 없고, 버릴 것도 없는 경지, 이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면 '내가 얻었다' '내가 무엇이 되었다'는 식의 생각마저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법이라고 말하면 무엇을 세우는 것이고 그러면 상에 떨어지는 것이다. 법문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현재 집중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번뇌 속을 헤매고 있다는 말이다. 집중하고 있는 중에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조차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헛된 것이 있고 진실한 세상이 따로 있어서 헛된 것을 버리고 진실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헛된 것이나 진실한 것도 없음을 자각했기 때문에 깨달았다거나 법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체의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무엇인가 얻은 것이나 깨달은 것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지만, 사실 부처님께서는 아무 것도 얻은 바가 없다고 하신다. 만약 부처님께서 무엇인가 얻은 바가 있었다면 부처님의 평상시 말씀이나 사상과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분명히 한 법도 없고 얻음도 없다. 그리고 진실도 없고 허상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세상 만사의 진실됨과 거짓됨에 대한 부처님의 생각은 세상이 하나의 꿈과 같이 빈 곳에서 만들어진 세계인데 그 세계가 어찌 진실이겠는가 하는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무나 당분간은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곧 사라지고 없어진다. 아기가 태어날 때는 부모에게 받은 몸이지만, 자라면서 세포들이 계속 분화되어 기존의 세포들과 대체되면서 거의 7년 단위로 완전히 바뀐다고 한다. 어느 순간 싹 바뀌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하나씩 바뀌어 늙은 세포는 죽고 새로운 아들 세포가 그 자리를 대신하다가 또 손자세포로 자리를 물려주고, 엄격한 의미에서 어제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며, 그만큼 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워진다.
세포가 기억을 자식세포에게 전해주어 같은 모습과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는 전혀 다른 몸이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일까? 지금 '나'라고 할 때 시간이 지나는 만큼 새로운 '나'가 되어 있는데, 무엇이 참 나일 것인가? 참나는 없다. 세상이 이미 한바탕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아서 잠깐 솟아있다가 곧 없어진다. 원래 없는 나였고 장차 미래에 없는 곳으로 되돌아 가는데, 온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는 것인데, 삶이 허망한 꿈 속과 같은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겠나?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은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다고 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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