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에게 좋은 회사의 조건을 물어보면 주저 없이 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꼽는다. 그런데 막상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회사에 다니는 이들, 특히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들에게 직장 만족도를 물어보면 이외로 실망스러운 대답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구직자들은 공직사회를 '복지부동'이라고 비꼬면서도 그 때문에 선호하는 이중성을 취하기도 한다. 인생을 가늘고 길게 가겠다는 심산이다. 괴연 공무원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을까. 그들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많다.
공직사회는 직급에 관계없이 지시를 많이 받는 직종이다. 그러니 어찌 스트레스가 없겠는가? 상명하복의 문화에서 자존감은 싹트기 힘들다. 자존감은 자기 본위적인 삶을 살거나 스스로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때만 높아지는 법이다.
공무원들은 협의할 일이 있을 때나 막히는 지점은 '전례가 없다'거나 '감사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말로 가야 할 길보다 피해야 할 길을 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 어느 새 최초의 기회는 길을 잃고 마는 것이다.
지시와 거부의 경험을 자주 반복하다 보면 실무진들은 다양한 버전의 기획안을 미리 준비한다. 윗 사람이 선택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자기 주도성이나 주인의식을 말과 문자로만 넘칠 뿐 공직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사회적 문제들의 대응에서 보듯이 실적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환경에서는 스스로를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없다. 스스로 뭔가를 해보거나 정당한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관료조직은 생각보다 괜찮은 직장은 아니다.
자존감은 말 그대로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다른 누구와의 상대적 비교우위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만을 놓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가 삶을 풍요롭게 채워줄 일을 구할 때 가장 큰 자산이자 올바른 방향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아니라 근엄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모든 시도에 검토를 거듭하며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삶이 재미 있을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힘이 주어지면 인류의 발전적인 역사는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다.
자존감을 인생의 큰 틀로 받아들여야 세상을 달리 볼 수있다. 거기서 만족감을 찾을 수 있고, 무엇이 나를 지속적으로 즐겁게 해주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한결 여유로워지며, 자기 본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만약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삶의 지휘봉을 잡는다면 세상은 곧 깊은 잠에 빠지고 말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내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데, 다른 사람들이 나더러 좋아보인다고 한들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비교를 버리고 자존감을 되살려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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