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7-9]제17분.궁극의 경지에는 아상이 없다: 즉시 나를 버리고 겸손함으로 돌아가면 깨달은 사람이다.
청정하다, 더럽다, 위엄이 있다, 점잖다, 산뜻한 사람, 담담한 사람 등등 누구나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 대해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어떤 평가를 하든 그것은 진실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다. 그런 말은 그냥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런 말에 절대로 끌러가면 안된다. 이런 말에 끌려다니다 보면 나의 본질을 잃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나를 맞추는 삶을 살게 되어 인생이 괴로워지게 된다. 평가하는 말에서 벗어나야 진실로 행복한 인생이 시작된다.
우리 같은 중생들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집착증이 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한강 둔치로 바람을 쐬러 나간 어머니가 마주오는 친구를 만나 반가운 나머지 서서 이야기 나누기에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 천방지축 어린 딸은 풀밭을 이리저리 쫓아 다니며 주인을 따라 산보나온 강아지들을 격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개 주인이 자기 개가 그 꼬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놀랠까봐 자리를 피하려고 강아지를 끌고 몸을 틀고 반대쪽으로 걸으가고 있는데, 순식간에 아이가 뛰어와 강아지 꼬리를 잡고 당기니까 강아지가 놀래서 아이의 손가락을 물어버렸다. 그 때까지 친구와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아이 엄마가 뒤늦게 우는 소리를 듣고는 쫓아와 개 주인에게 막 큰 소리로 떠들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며 아이 엄마를 진정하라고 나무랐다. 이에 창피하고 신경질나서 더욱 흥분해서 화를 내면서 개주인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대들었다.
대로변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먼저 가능한 합리적으로 상대에게 예의에 벗어나지 않게 설명하고 나중에 처리하자고 한다. 서로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 오해는 풀자고 하면서... 그 개 주인도 그렇게 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금강경의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말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알면 아는 만큼 실천을 해야 한다. 내가 대학교 불교학생회장 할 때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는 만큼 행동하고 실천하자. 이것이 안되면 모르는 것보다 더 못한 일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얻는 것이 있고 결국 화가 전혀 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점점 평범한 사람이 된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했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깨달아도 깨달은 것이 없고, 높거나 낮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항상 겸손하고 언제나 나를 낮추고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잘못한 것은 항상 사과하고 의견을 낼 때는 예리하고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잘 들어주며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다.
사람 사이에 누가 더 낫고 못함이 없는데, 누가 누구를 제도할 수 있으며,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게 되면 스스로 괴로움이라는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다. 내가 세운 생각이 언젠가 나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버리는 사람이 얻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 나를 버리는 만큼 더 큰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나라는 아상, 너라는 인상, 우리라는 중생상, 우주 만물이라는 수자상을 버리면 부처님과 같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들에는 물거품처럼 뿌리가 없다. 그래서 나를 버릴 수 있으며, 생각이나 수행에 의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행동으로 즉시 실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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