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7-15]제17분.궁극의 경지에는 아상이 없다: 내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자. 다만 지금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 순간 나의 도움으로 물에서 나올 뿐,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의 인생에 크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상황에서 병이 났으니 치료 받아야했고 배가 고프니 먹어야 했을 뿐이다.
내 생각에 그런 마음이 없으면 그가 불쌍하고, 그가 보잘 것 없는 사람이고, 그렇게 하면 그가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미 우리가 물질에, 윤리에, 도덕에, 형상에 사로 잡혀있어서 그런 생각을 내는 것이다. 그가 목이 마르다고 불쌍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목이 말라 물이 필요한 것일 뿐이다. 또 불쌍하지 않다 해서 물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가 목이 말라하니 물이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제법이 공한 줄을 알아야한다. 이렇게 한 생각을 돌이켜서 보살피고 어여삐 여기더라도 사실은 그 대상에 어떤 상을 지어 규정을 지으면 안된다.
필요 없는 것을 주겠다고 우리가 마음을 내는 것도 옳지 않다. 알렉산더 대왕이 철학자에게 무언가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햇볕인데, 그건 가리고서 필요 없는 무언가를 주겠다고 한다. 타인에게 베풀지 않으려 하고 오직 얻으려 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고, 필요 없는 것을 주는 것이 두 번째 문제이다. 그러고도 자기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딜가면 비행기를 태우고 특실을 타게 하여 자라서 그 아이는 세상의 지탄을 받게 된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고 옷을 검소하게 입고, 음식을 아껴 먹여야 한다. 어딜가면 삼등칸에 태우고 하는 것이 옳다.
우리는 자기 편리에 빠져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치 아이를 위해서 해주는 것인양 생각하며 흙탕물로 데리고 들어간다. 우리는 스스로 본받을 것도 보여 주지 않으면서 아이 보고 너는 버릇이 왜 그러냐?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되게 해주지 않고 ‘너는 이렇게 되어야 해’ 한다. 그러다 그 아이가 견디기 힘들어 어디론가 도망가면, 그 아이는 불효 했다는 죄의식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그 아이가 자기 인생을 살게 내버려 두어야한다.
생각을 바꾸어보자. 어디를 가나 다투고 시비하고 괴로워해야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참으로 지유롭고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침내 ‘아’라고 할 것이 없음을, 그 어떤 상도 짓지 말아야 한다. 늘 참회하고 살아야한다. 비록 법을 만나기는 했으나 ‘아직 다생겁래의 습기를 버리지 못해 이런 것을 용서하소서.’라고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한 생각을 탁 바꾸면 바로 보살행이다. 바로 도인의 세계, 부처의 세계에 살 수 있다. 이게 위대한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위대함은 바로 우리의 망상만을 제한다면 그대로 청정하다는 것이다. 자식의 잘못이라는 것도 뜯어 고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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