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8-2]제18분. 일체를 하나로 보라: 육신의 눈이 있는가?
우리 몸의 감촉기능 중에서 가장 발달된 곳이 손이다. 부딪히거나 만져보고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확실하고 불명확하다. 이것을 신(몸)근이라 하고, 그 대상을 촉각이라 한다. 이것이 가장 원초적이고 하등한 감각이다. 구더기는 지나가다 어떤 물체에 부딪혀야 옆으로 비껴 간다. 장벽이 막혀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 오직 부딪혀 봐야 안다. 다음에는 맛을 보고 안다. 설(혀)근이다 그 대상은 맛이다. 다음은 비(코)다. 대상은 향기 냄새이다. 다음은 이(귀)다, 그 대상은 소리(성)다. 그 다음이 눈이다. 대상은 색(모양과 빛깔)이며 이것들을 오근(안이비설신)이라 하고 그 대상을 오경이라 한다.
감각하는데 있어서 가장 하등한 생물일수록 부딪쳐 보고 알게 된다. 좀 향상되면 맛을 보고 알게 된다. 물고기는 맛을 보고 먼데서 자기 고향을 찾아간다. 조금 더 진화하면 다음은 향기를 맡고 알게 된다. 조금 더 진화 하면 소리를 듣고 알게 된다. 더 진화하면 눈으로 보고 알게 된다. 모든 생물은 이것을 다 갖추고 있으나, 하등한 생물일수록 아는 방식이 몸에 부딪혀서 아는 것이 그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이 되고, 사람에 이르게 되면 눈으로 봐서 아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 된다. 그럼 여기서 부딪혀 아는 것은 따로 있고, 눈으로 봐서 아는 것은 따로 있는, 따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울타리를 따라 올라가 예쁜 꽃을 피운 장미가 있다면, 부딪혀선 알 수가 없고, 눈으로 보고만 알 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손으로 만져 봐도 한 송이 꽃이 있는 것은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알게 되는 것에는 그 꽃의 모양이나 빛깔은 알 수가 없다. 다만 꽃잎이 차다 부드럽다. 그 정도 이고 냄새도 알 수 없고 빛깔도 알 수가 없다. 눈으로 보면 어떤가? 흰 색깔, 검은 색깔 등 가지가지 색깔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장미를 눈 만으로는 다 알 수가 없다. 그 장미의 향기는 코로 향기를 맡아보아야 한다. 그럼 이런 장미가 어떤 연유로 여기에 피어 있는지를 알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된다. 그래서 어떤 존재를 올바르게 알려면 손으로 만져 보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기도 해야 그 물체에 대해서 보다 온전하게 알 수가 있다. 여러 가지 감각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여래께서 육안이 있느냐 하신 것은 육체의 눈뿐 아니라 5가지 감각기관을 모두 가진 것을 말한다. 부처님은 우리와 같이 오감을 다 가지고 계신다. 개나 물고기도 똑같다. 모든 생물은 모든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다만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의 수준이 다르다. 사람과 동물들의 차이는 눈의 역할이 다른 동물들보다 다르기 때문에 훨씬 많이 안다. 개는 흑백으로 본다. 다른 동물들은 사람 눈에 보이는 찬란한 세계를 보지는 못한다. 우리 눈보다 찬란하게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다 같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같지 않고, 다르다고 해서 못한 것도 아니다. 다만 아는 세계가 다르다.
여래께서도 우리와 같이 감각을 모두 가지고 있으시다. 어쩌면 그 기능이 더 발달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알고 계신다. 이것이 더 발달했다고 해서 더 위대한 것이 아니다. 우리처럼 만져보고 알수 잇고 맛을 보아도 다 아신다. 냄새를 맡으면 그 냄새가 어떤지 아시는 분이다, 소리를 구분하며 눈으로 보면 어떤 색깔인지 분별하신다. 그 분이 가진 감각기관은 우리와 비슷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알고 계신다. 감정과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을 눈이 밝다고 하는 이유다. 육신의 눈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세상을 분별하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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