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 혹은 본분을 잘 이해하여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도 모자랄 판에 애꿎은 개인적인 욕심에 의한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죽음을 계곡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가 간 전쟁이 그렇고, 집단간 혐오가 그렇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어린 시절의 다른 두려움들과 달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위로의 말이나 위무 행위로도 사라지지 않는다.
방을 나간 부모는 곧바로 돌아오고, 새로 태어난 동생이 부모의 사랑을 빼앗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곧 배우고 이해하게 된다. 옷장 안의 괴물도, 아이들을 잡아 먹을 괴물도 없다는 사실 또한 살아가면서 알게 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결코 거짓이 아님이 드러나며, 어떤 배움으로도 이를 물리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 일상에 도사린 죽음의 공포는 선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나르시시즘, 자기 회피와 부정이라는 다른 전략들로 이어지지도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두려움의 원인이라는 말이 아니라 삶은 원래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어렵고 걱정되고 두려워할 일들이 많이 있다. 우리의 개인적으로 가진 취약성 자체가 두려움의 원인이다.
그런 과정에서 죽음 또한 피할 수 없는 취약성의 한 단면일 뿐이므로 두려움의 일부만 죽음을 향할 뿐이다. 예전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영원히 살지만 많은 것들로부터 고통받는 신을 상상했던 모습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독수리에게 영원히 간을 파먹히는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프로메테우스, 아들에 의해 거세되고 고환이 바라도 던져진 불구의 우라노스, 사랑하는 자식인 사르페논을 잃고 슬퍼하는 제우스, 남편에게 수없이 배신 당하며 굴욕을 느끼는 해라가 그렇다.
그들은 불멸도 죽음의 두려움을 없애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빛과 행복이 넘쳐나도 죽음에 두려움이 우리 삶에 암흑처럼 어둡게 번져 있다는 사실 또한 그들은 알고 있었다.
두려움은 재앙을 피하게 하지만,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선사시대 인간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따라 포식자와 여타 위험들을 피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얽히고 설킨 복잡한 세상에서는 본능에만 의지할 수 없으며 생각을 해야 한다.
행복의 개념을 정리하고 누가, 무엇을 위협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모든 사회에서 두려움이 생성되는 과정은 정치, 문화, 그리고 수사학의 폭넓은 영향을 받는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두려움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다.
그는 정치가들이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그들의 감정 작용을 이해하고, 심리 상태에 알맞은 말을 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사람들이 이 조언을 선한 목적은 물론 악한 목적에도 사용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11월 첫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