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주듯, 가진 것을 모두 주고도 혹히 모자라지 않나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나는 늘 무언가를 원하고, 구하고, 그것이 잘안되면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지었나 하는 생각으로 악업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것을 참고 살아간다. 이런 삶의 자세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악업을 지었더라도 수동적으로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내고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허기를 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외롭고 방황하는 사람을 보면 위로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이 바로 나의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보시의 방법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고함만 지를 것이 아니라 물에 뛰어들어 바깥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진정한 보시다. 우연히 그 때 그 곳을 지나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보고 들어가 뭍으로 끌고 나와 준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으로 그냥 같은 이웃으로 내 할 바를 했을 뿐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다는 마음을 낼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문제들은 그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하여 누구나 그런 길흉화복의 문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의 삶을 연민의 마음으로 어여쁘게 바라보는 순간 이미 내 괴로움은 다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냥 단순히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을 뿐이고, 나를 만나 물에서 나왔을 뿐 특별히 그 사람의 인생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나 또한 그를 물에서 끄집어냈다고 해서 내 인생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다.
내가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다고 생각할 어떤 건덕지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목이 말라 물가로 갔다가 물에 빠졌으니까 누군가가 구해주어야 했을 뿐이지, 그가 불쌍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생각이 그런 전제를 만들기 때문이며, 이는 이미 내가 물질에, 윤리에, 도덕에, 형상에 사로 잡혀있어서 그런 생각을 내는 것이다. 그가 목이 말라 물이 필요한 것일 뿐, 또 불쌍하지 않다 해서 물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고, 강하고 나쁘거나 많고 적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법이 공하다고 하는 이유다. 필요 없는 것을 주겠다고 설치는 것이 옳지 않는 일일 뿐이지 베푸는 마음이 나쁜 일이 아니다. 마음 마음 하지만 마음이라 할 것이 없다. 그 이름이 마음일 뿐이다. 조금도 가만있지 않고 뜬 구름처럼 떠도는 것일 뿐인데도, 그 마음을 붙들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한 생각을 잡고 갖가지로 헤매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텅 빈 것이다. 마음이 있다는 머리 속의 망상 만을 없애 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깨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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