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8-5]제18분. 일체를 하나로 보라: 육안은 초자연적인 능력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증거 가운데 하나로 육신통(六神通)을 말하곤 한다. 한자의 의미로는 신통력의 신(神)은 불가사의한 것이고, 통(通)은 걸림이 없는 무애(無礙)를 뜻하므로 신묘하고도 걸릴 것이 없는 신통력을 말한다. 불교 신자들 중에 부처님의 말씀의 본질이 아니라 경전에 나와있는 부처님의 신통력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돈 많고 권력이 센 사람이 성공한 삶이라는 세속 사회의 가치관이 능력을 중심으로 성공과 실패로 구분하기 때문에 불교 수행의 과정 역시 신통력이 커질수록 도가 싶은 것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돈과 권력이 잘못 사용되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세상을 어지럽게 하듯이 신톨력도 잘못 사용하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혹세무민하여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천안(千眼)이란 멀고 가까움과 크고 작은 것에 구애됨이 없이 무엇이나 꿰뚫어 밝게 볼 수 있어서 바깥으로 드러나 있는 현상에 빠지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는 직관의 힘을 말한다. 오랫 동안의 경험과 직관의 훈련이 고도화하면 이런 천안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이것은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 목련존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다. 천안은 나의 욕심이 아니라 하늘이 보는 것인데 단순히 사물을 보는 것이겠는가? 법을, 이치를, 세상을, 나를, 남을, 그 사이를, 그 뒤를 보아야 하는 결국은 안목이며 관법이며 견성이며 인식의 확장을 말하는 깨우침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 왜 그렇게 보는가? 왜 무슨 의도로 그렇게 보는가? 이것을 보고 알고 또 행동하면 천안통이 열린 것이다. 하늘처럼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눈은 필요 없고 오직 행동할 것만 남는다. 부처님과 같은 보리행만 필요할 뿐이다.
천안도 다섯 가지의 신통력을 상징하는 대표격으로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하고, 천이통(千耳通)은 멀고 가까움과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무슨 소리를 잘 분별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 신족통(神足通)은 공간에 걸림 없이 어디든 왕래할 수 있으며 그 몸을 마음대로 변할 수 있는 능력, 숙명통(宿命通)은 자신뿐만 아니라 육도(六道)에 윤회하는 모든 중생의 전생과 금생, 내생의 일을 다 알 수 있는 능력, 타심통(他心通)은 중생의 마음 속에서 생각하는 바를 다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초능력만으로 보면 세상에는 부처님 이상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다. 세속적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부처의 관점에서 외형상의 능력에 현혹되지 않으며, 동시에 그 능력을 목표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오신통은 불교외의 외도(外道)나 신선, 천인(天人), 귀신들도 얻을 수 있고 약을 쓰거나 주문을 외워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번뇌와 망상이 완전히 끊어지고 소멸하여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신통력인 제6통 누진통(漏盡通)만은 오직 아라한이나 불보살만이 지닐 수 있다. 선종의 임제 스님은 육신통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여섯 가지 경계인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에 전혀 미혹당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결국, 육신통은 신비능력과는 달리 불교적으로 해석할 부분이 있으며, 신족통은 축지법이 아니라 더럽고 추하고 힘든 곳에도 갈 수 있는 실천, 천안통은 안목, 천이통은 겸손, 타심통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타인에 대한 배려, 숙명통은 만족을 알고 자신의 길을 무쏘의 뿔처럼 가는 것이다. 누진통은 고통과 번뇌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견디고 인내해 감내해야 할 일을 완성하는 책임감이다.
신비하고 초자연적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생각하지 말고 왜 그런 능력이 있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나 왜 내가 그런 능력을 바라는지를 아는 게 먼저라는 말이다. 즉 보이면 왜 보아야 하는지, 알면 왜 알아야 하는지 항상 자신 내면의 성찰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운명은 개척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따르는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며 바라왔던 것이며 내가 이루어냈고 이루어야 하는 업이다. 능동적, 긍정적으로 뜻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내가 알고 가야 하는 길이다. 다른 사람의 명이 아니라 스스로 뜻을 세우고 오직 홀로 가는 것이다. 번뇌와 망상으로 힘겨워하지 않고 윤회를 이겨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살행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이 책임있는 삶이다. 지장보살도 지옥에서 여러 중생 고통의 전이로 스스로 힘들고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도 이겨내고 그들을 극락으로 인도하고 있다. 우리도 부처가 아니라 불퇴전은 아니라서 순간순간 퇴보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지만, 오직 서원만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아가자.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