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8-6]제18분. 일체를 하나로 보라: 중생의 눈과 부처의 눈은 다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여 다섯 감각기관에서 오는 느낌도 사실은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화고 있으며, '나' 혹은 '너'라는 것도 사실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법의 실상이다. 즉 무상(無相)과 무아(無我)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지혜의 눈, 혜안(慧眼)이다. 마음은 아직 어리석기만 한데 단지 신통만 있어서 남의 마음을 알아맞추기도 하고, 미래를 예언하기도 하는 경우는 욕심에 가려있기에 스스로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법의 이치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탁월한 신통력의 소유자라도 이 제법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한다. 혜안이 열린 사람을 성문, 연각이라 부르며 성인(聖人)이라 칭한다.
혜안이 열리면 제법이 공(空)한 것을 알게 되므로 더 이상의 괴로움이 없어진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천안과 같이 혜안도 제법의 실상을 눈으로 보지 않고 아는 것이지만, '어떤 형상의 존재함'을 아는 것에서 벗어나 '어떤 고정된 형상은 없다'가 진실임을 보는 눈이 바로 혜안이다. 혜안이 열린 성문, 연각이라 하더라도 진리와 비진리, 더러움과 깨끗함, 어리석음과 깨달음 등의 분별이 남아있어 바르지 못한 것을 보거나 듣게 되면 강한 분노가 일어나게 된다. 여기서 혜안을 넘어서서 진리에도 집착하지 않는 경지, 즉 법안(法眼)나오게 된다. 세속을 떠나 깊고 조용한 산 속에서 고요하게 수행하다 보면 일체의 번뇌가 사라진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나 속세로 돌아오는 순간 아직도 떠나야할 세속이 있고, 가야할 출세간의 분별이 남아있기 때문에 분노와 번뇌 망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떠나야할 세속, 나아가야할 출세간 모두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일 뿐임을 자각하게 되면 어느 곳, 어떤 진리에도 집착하지 않게 된다. 법안이 열리면 성문, 연각과 달리 스스로 지옥으로 뛰어들기도 하며, 승과 속을 나누지 않고, 번뇌와 보리를 구별하지도 않는 보살의 경지에 들어가게 된다. 정확한 안목이 없으면 천안만 열려도 '깨달았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시비비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알게 된다. 혜안이 열린 분을 만나면 보통의 사람들은 고요하기가 부처와 같다고 착각하는데, 이 또한 중생에 대한 보살심이 아직 열려있지 않아서 법에 집착하는 수준이다. 법안이 열린 경지에 도달하면 거의 부처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본다, 보여진다, 깨달았다, 깨닫지 못했다, 법, 비법의 대립 상태를 벗어날 수는 없다.
준다, 받는다, 온다, 간다와 같은 주객의 대립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가 불안이다. 중생의 눈으로 보면 부처님도 이 다섯 가지의 눈을 다 갖추고 있어 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가 눈이라고 말하는 것은 보는 대상이 있고, 보는 주체가 있기 때문이다. 주객이 구별되므로 '본다'는 말이 존재한다. 부처님의 이미 주와 객이 사라져 버린 경지,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이 이미 구별되지 않는 경지에 서 있으므로 '본다'는 말이 더 이상 성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손으로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을 가리쳐 손이 입에 보시한다고 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몸은 일체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본다'는 이름이 존재할 뿐이지, 실제로 본다는 현상계의 분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처님의 다섯 가지 눈은 그냥 중생의 마음을 읽는 것으로 '눈'이라고 이름 할 뿐이다. 육신의 눈에 의지하고 있는 중생의 눈과 부처의 눈이 다르다는 말이다. 삼천대천세계 하나하나 마다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이 찰라적 순간마다 일으키는 한량없는 번뇌들을 다 알고 계시는 부처님의 능력은 신통력이 아니라 중생의 마음이 여래의 마음 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중생의 마음이 움직임 그 자체가 바로 부처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누구라도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만큼 여래와 분리되어 있는 대상이 아니라 여래와 하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일체유심조(一切維心造)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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