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8-8]제18분. 일체를 하나로 보라: 현재의 순간들을 허비하지 말자.
살아가면서 중요한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나의 괴로움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즐겁게 살다가도 죽음을 생각하면 순식간에 즐거움이 사라질 수도 있고, 슬픔에 젖어 있다가도 다시 행복한 삶을 생각하면 즐거움이 배가 되어 몰려온다.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사는 세상살이 모든 생각이 내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불교 신자들이 그리는 부처님의 모습이 같을 수가 있을까? 각양각색의 자기 마음 속에 있는 부처님의 모습을 그릴 것이다. 같은 모습이 나올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어떤 사람의 모습과 그 사람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차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내가 말하는 객관은 사실은 내가 생각하는 주관으로 모두가 나의 안경을 통해 비춰진 세계일 뿐이다. 내 안경을 벗어야 비로소 세상이 있는 그대로 비춰질 것이다. 그런데 그 안경을 벗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중생들의 업보이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내 안경을 벗어버리면 그것이 바로 아상의 소멸이다. 그렇게 안경을 벗지는 못하더라도 내게 비치는 세상이 사실은 나의 안경에 비친 모습에 불과하다는 것만이라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내 눈에 비친 모습이 그대로 진실한 모습이라고 착각해 버리는 것이 바로 전도몽상(顚倒夢想)이다. 지나간 과거나 나를 괴롭힐 수 없는 것인데도 내 속에서 붙들고 있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늘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놓아버리지 못한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바로 안심입명((安心立命)에 들어갈 수 있다. 미래의 일로 걱정하다가 현재의 내가 불확실하고 현재의 내가 두려운 마음을 드는 것은 불확실하고 두려운 미래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나라는 것이다.
인생이란 내 생각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대로 미래가 올 수도 있고 또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생각대로 미래가 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 혼자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스스로를 함정으로 몰고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어릴 때 밤길 가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면 껍질 벗겨진 하얀 나무줄기도 귀신을 보여 줄행랑을 치던 경험도 있듯이, 혼자서 어떤 생각을 만들어 스스로 자초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되겠다.
과거든 미래든 생각으로 상상의 집을 짓다 보면 온갖 자기 암시의 늪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들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재'다.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수시로 현재를 놓치고 있다. 과거을 생각하다 현재를 놓치고, 미래를 걱정하다 현재를 잊게 된다. 이렇게 살다 보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현재가 없어진다. 이것이 죽어있는 시체나 똑같다. 현재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 현재가 다시 과거가 되고, 또 그 현재가 쌓여서 미래로 되어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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