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8-12]제18분. 일체를 하나로 보라: 도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마음이라는 것은 하나의 이름일 뿐이고 사실은 마음이라고 부를 만한 구체적인 마음의 형제가 없다는 말이다. 마음은 이름이고 그 실체는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을 확실히 보고 깨달았으면 일체 중생의 마음이 보이게 된다. 왜냐하면 중생의 마음은 모두 빈 마음에서 선설된 것이라 근원을 알면 거기서 생긴 것은 다 알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한 마디만 척 들어보면 저 사람이 병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척하면 삼 척"이라는 말처럼 나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도 제일 먼저 보여진다. 아무리 이론을 세우고 자기를 감추어도 자신의 마음의 본질에 다가간 사람 앞에서는 다 들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것은 마치 산 꼭데기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 같다. 밑에 있는 사람은 위에 있는 사람을 모르지만, 위에 있는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이 다보이는 이치다. 깨달은 부처님은 아무도 속이지 못하고, 부처님은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곳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경의 진리다.
달마대사가 중국의 소림사에서 토굴 속에 9년 째 벽만보고 묵언수행을 하고 있을 때, 인도에서 온 유명한 도인으로 소문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통한 도력을 배우려 왔었지만 누구에게도 법을 말하지 않았다. 하루는 신광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그냥 투굴 밖에서 대사의 등을 바라보며 앉아있기만 했다. 하루는 눈이 많이 오는 밤에 달마대사가 "왜 왔느냐?"고 묻자 "도를 얻으러 왔습니다." 대사가 다시 "그런 얕은 마음으로 어떻게 도를 얻겠느냐?"고 묻자, 신광이 품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한 쪽 팔을 잘라 던져버렸다. 도를 얻으려는 자신의 진심은 몸 하나 버려도 추호도 아깝지 않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달마대사는 신관을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즉 입실(入室)을 허락한 것이다. 출가한 스님들은 깨달음의 길로 들어갈 근기가 있다고 판단될 때 입실을 허락한다고 알고 있다. 다음에 달마대사의 질문이 계속된다. "그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마음을 편안하게 갖기를 원합니다." "그대의 마음이 어때서 그런가?" "예, 제 마음이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불안한 마음을 내놓아 보거나. 내가 편안히 해주겠다."
이 물음에 신광은 머리를 얻어맞은 듯 했다. 그동안 불안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그 불안한 마음을 내놓으라는 물음 앞에서 말문이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자신의 마음의 실체를 바라보니 그 불안하다고 할 그 어떤 근거도 없음을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이미 네 마음을 편안하게 했노라" 이것이 달마대사의 말씀이다. 도(道)란 이와같다. 불안한 것이 없다면 불안하게 할 어떤 것도 없다. 달마대사가 신광에게 도를 전해준 것인가? 아니다. 다만 신광이 스스로 일으킨 생각의 환상을 직시하도록 했을 뿐이다. 도는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스승으로부터는 계기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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