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8-9]제18분. 일체를 하나로 보라: 고정된 자아는 없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의식할 수 있는 나는 나의 몸과 감각기관, 그리고 마음과 마음의 발현과 소멸의 과정 뿐이다. 항상 동일한 자아를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은 완전히 환상이다. 일관성을 가지고 실존하는 듯 보이는 나는 실제로 고정된 중심이 없이 발달하고 변화해 가는 생성과 소멸의 순간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져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커피잔 속에 담긴 커피는 현재는 나의 자아가 아니지만, 내가 커피를 마시는 순간 바로 내 자아의 일부가 된다. 이처럼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물질과 에너지를 주위 환경과 쉼 없이 교환한다.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나의 자아가 아니었던 공기분자들이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자아가 되었다가 내 쉬면 내 자아였던 공기분자들이 내 몸 밖으로 나가면서 더 이상 내 아가 되지 않는다. 소변이나 대변, 침이나 콧물 등 모든 것이 그렇다.
"나는 똥덩어리다"라고 했던 선승들의 이야기도 같은 의미다. 똥덩어리가 내 몸 속에 있을 때는 나의 자아의 일부였지만, 밖으로 배설되는 순간 더 이상 나의 자아가 아니며,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자연물이 되고 만다. 결국 나는 똥덩어리와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며, 자연과 내가 다른 것이 아니라 인연에 따라 내가 되기도 하다가 분리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인연과 분리될 수 없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인연을 통해 그 어떤 것과도 분리되지 않게 된다.
내가 바로 부처라는 등식도 그런 의미다. 나와 어떤 대상이 다른 것이 아니라 인연에 따라 지금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인연이 되면 다시 나의 자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내 속에 있는 부처의 요건들이 충족될 때 그 때는 나도 부처님이 경험하셨던 모든 슬픔을 떠난 열반의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고정된 자아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열쇠라는 말이다.
나와 세상, 나와 자연, 나와 남이 서로 분리되어 다른 자아가 아니라 내가 별도로 있다는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막장드라마나 사회적 범죄에 우리가 우울해 하는 것은 범인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상과 분리되어 고립된 자아로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무아, 즉 나의 자아를 세상과 분리시키지 않고 같은 것으로 보는 생각이 세상을 화목시키고 발전시키게 된다.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개념이 아니다. 나라는 자아의 개념이 시공을 초월해 변화하지 않고 살아가는 독립체가 아니며, 그런 생각 때문에 삶의 고통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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