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9-5]제19분. 모든 법계는 하나로 통한다: 육조 헤능의 삼무(三無) 사상
어떤 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떤 형상, 즉 모양을 마음 속에 만든다는 말이다. 마음 속에 어떤 모양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바깥에 객관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상(相)을 버린다거나 깨뜨린다는 것은 객관이나 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상(無相)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진전하면 아무런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경지, 즉 무념(無念)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육조 혜능대사가 '나의 가르침은 무념(無念)으로 종(宗)을 삼고, 무상(無相)으로 체(體)를 삼고, 무주(無住)로 본(本)을 삼는다'는 말이 바로 그런 근본도리를 표현하고 있다. 무념은 생각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망상과 번뇌가 없다는 말이고, 무상은 상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집착심이 없는 청정한 바탕을 말하고, 무주는 과거 현재 미래 어디에도 묶이거나 매이지 않는 경지를 말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어려운 일을 당하고 고민하고, 고민해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괴로울 때가 있다. 그런데 어려움이 본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착각에서 오는 일이며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괴로움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내 마음이 만든 것이다. 어려움이라는 생각이 있다고 믿는다면 어려움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고, 어렵다는 생각은 내 마음의 착각이 만들어낸 것이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으면 어렵다는 마음이 없어지고 새로운 해결책이 나타나게 된다,
나와 너가 나누어지지 않는 구경무아의 경지에서는 나라고 할 것이 없기 때문에 분리될 것이 없으므로 모든 것이 일체가 되는 것이다. 즉 내 마음과 세상 일체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한번 일어나면 세상 일체법이 일어나고 마음이 한번 사라지면 세상 일체법이 사라지는 내 마음의 한 가운데 있다는 말이다. 어려움이 본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념, 어려움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허구의 것이라는 생각이 무상, 그리고 어려움을 공(空)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이 무주의 개념이다.
무(無)란 무엇을 없앰이며, 염(念)이란 무엇을 생각함인가. 무란 두 가지 모양이 없고 모든 쓸데 없는 망상이 없는 것이며, 염이란 진여(眞如)의 본성품을 생각함이다. 진여란 곧 염의 본체이며 염은 진여의 작용이므로 진여의 자성이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고, 눈 귀 코 혀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여의 성품이 있으므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여가 없다면 눈과 귀와 소리와 물질이 곧 없어질 것이다. 진여의 자성에서 생각을 일으키면 육근(六根)이 비록 보고 듣고 깨닫고 알더라도, 모든 대상에 물들지 않고 참 성품이 항상 스스로 존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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