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9-4.]제19분. 모든 법계는 하나로 통한다: 덕산 스님의 몽둥이 설법..
예전에 금강경에 관해서는 박사라 할 만큼 통달하고 주석서란 주석서는 모조리 외우고 있어서 주금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스님이 있었다. '덕산 선감'이라는 스님 이야기인데, 어느 날 '용담'이라는 지역에 일자무식꾼 선사가 많은 제자들에게 깨달음의 눈을 열고 있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일자무식꾼이 도대체 알기는 뭘 알아 가르친다는 것인지 괘씸한 생각에 금강경 해설집을 두 보따리나 짊어지고 따지기 위해 길을 떠났다.
도중에 점심 때가 되어 떡 파는 노파를 만나 떡을 좀 팔아라고 말했다. 노파가 "스님이 짊어지고 있는 짐 속에는 무엇이 들었소?"하고 물었다. 스님이 "이것은 금강경과 각종 주석서라오" '그렇다면 정말 잘됐소. 나도 평소에 금강경을 읽으면서 의심드는 대목이 있었는데, 스님이 대답을 해준다면 떡은 공짜로 드리리다. 하지만 스님이 대답을 못하면 돈을 주더라도 내 떡은 팔지 않겠소!" 라며 노파가 던진 질문은 이랬다. "금강경에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리는 구절이 있는데, 스님께서는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려 하시오?"
이 말은 당신이 점심(點心), 즉 마음에 점을 찍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마음에 점을 찍겠다고 하는가 묻는 말이다. 점심 요기를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으로 돌려 던진 선문답이다. 이 질문에 주금강 스님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수많은 주석서를 일고 외우고 통달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런 질문은 처음이고 어느 주석서에도 없는 것이라 그만 답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식은 땀만 흘리다가 점심도 못 먹고 도망치듯 그 곳을 떠났다.
용담에 도착해서 스님을 찾아 첫마디를 던졌다. "용담(龍潭)에 와보니 용도 없고 연못도 없구나" 이에 선사가 "아니다. 그대는 제대로 용담에 온 것이다"라고 말하니 덕산이 다시 말문이 막혔다. 밤이 늦도록 자신이 알고 있는 금강경의 해박한 지식을 펼치는 주금강 스님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던 선사가 이제 잠을 자려고 촛불을 들고 방문을 나서는 순간 촛불을 훅하고 꺼버렸다. 순식간에 천지사방이 깜깜해서 신발도 찾지 못하고 당황하던 순간 주금강 스님은 한 생각 깨닫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신주 모시듯 짊어지고 다니던 금강경 주석서들을 모조리 앞마당에 쌓아놓고 불을 질러 태워버렸다
깨달음을 얻은 후 덕산스님은 누구든지 와서 법을 묻기만 하면 아무런 대답도 없이 무조건 몽둥이로 후려쳤다. 그 몽둥이질이 지식에 사로잡히고 망념에 사로잡혀 있는 정신을 번쩍 들게 했던 것이다. 즉 지식 위주의 어떤 생각을 일으키거나 공부에 지나치면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또 '덕산방 입제할' 같은 형식적인 행위나 제스처를 기준으로 깨달음을 판단하는 것도 무리인 셈이다. 어떤 생각을 하고 망념의 집을 짓고 다시 그 형상에 집착하는 것이 거듭되는 괴로움의 원인이므로 그런 형상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괴로울 일이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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