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머님 기제사가 있었다. 서울에 있는 조카들이랑 모두 모여 제사를 모시고 음복을 하고 헤어졌다. 즐겁고 귀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사실 세상만사는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어 존재할 수 있다.
아파트 앞의 나무는 내가 들이마시는 산소를 만들고 나는 나무가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비는 물이고, 우리 몸은 대부분이 물로 구성되어 있고 물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몇 그람의 무기질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세상만사가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 개별적으로는 존재할 수도 분리될 수도 없다. 퍼즐처럼 작은 조각 하나가 그 밖의 모든 조각이 있음을 암시하고, 작은 조각 하나를 없애면 전체 퍼즐이 사라진다.
누구나 태어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으며, 태어난 존재는 무엇이건 언제나 다시 죽기 마련이므로 비영구적이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불변하는 자아가 아니며, 세상 모든 것과 서로 연관되고 의존하여 흘러가는 생명의 과정이다.
땅을 떠나 나무가 존재할 수 없고, 물을 떠나 물고기가 살아갈 수 없듯이 세상 만사가 없다면 나 또한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상대적 존재이다. 고정화된 내가 없다는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면 내 삶의 모든 것은 전체 퍼즐의 모습이 보여주는 한 조각들이다.
평범한 화석 하나가 경이롭고 고유하며 실재하며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유일한 화석이지만, 그것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전체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시간이라는 흐르는 물줄기 속에 있는 하나의 에너지 흐름이다.
물이 흘러가다 나무 뿌리를 만나면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직선의 에너지 흐름이 소용돌이 형태의 에너지로 변화하고, 여기 말려든 특정 물분자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소용돌이의 원인과 조건이 변할 때까지 소용돌이 현상은 계속 연속하여 일어난다.
전체 인류의 삶의 흐름 속에서 나의 삶은 이런 소용돌이 유형의 흐름일 뿐이다. 나는 매일 정해진 유형의 지속성을 충분히 인식하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어떤 언행을 할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나 또한 항상 변화하고 있다.
소용돌이가 물의 흐름과 서로 분리되지 않은 것처럼 나의 삶 또한 부모님의 삶에서 현재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거쳐 자식들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의 바탕으로부터 서로 분리되지 않는 흐름을 지속하여 갈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데카르트는 말했지만, 생각이라는 자체도 존재하는 구체적 이미지가 아니며,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도 실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화해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런 관찰을 멈추는 순간 정지된 영화필름처럼 나의 의식 속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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