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9-7]제19분. 모든 법계는 하나로 통한다: 기대하지 말아야 복이 온다
뛰는 사람은 걷는 사람이 부럽고, 걷는 사람은 앉아 있는 사람이 부럽고, 앉아 있는 사람은 누워있는 사람이 부럽고, 누워 있는 사람은 멋진 잠자리를 즐기는 사람이 부럽다. 그런데 누워만 지내다 보면 조만간 세상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 어디서 내 발길을 멈추어야 할까? 이런 불행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열심히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욕망의 사슬을 끊는 것은 어느 지점이 더 쉽고 어디가 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 쉽고 더 어려운 지점이 없다면 지금 즉시, 빨리 자르면 자를수록 더 좋고 더 즐겁고 더 행복한 인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이들 학교 갈 때까지 참다가, 학교 가면 졸업해서 취직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취직하면 결혼할 때까지, 결혼하면 아이낳고 자리잡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내 일을 아무 것도 못하고 내 일생이 다 가버리게 된다. 진정한 복을 찾으려면 인연에 의한 복을 기대하지 말자. 자식은 세상에 나가면 이제 우리가 살아왔듯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알아서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한 마음의 미혹에서 깨어나면 내 밖의 세계에 대해 눈이 뜨여진다. 다른 말로 밖의 세계가 공해지고 열린 세상이 된다는 말이다. 어떤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 '내 것'이라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그냥 나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지 내가 누구에게 준다는 생각이 옅어지거나 아예 없게 된다. 내가 소아암환우돕기서울시민마라톤 대회를 해오면서 도와주는 소아암 환우들에 그냥 도와주는 것으로 그 뿐, 이름이나 자료를 모으지 않는 이유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위원들과 대회참가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받을 복이 있다는 생각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복덕이 본래의 성품이 없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나다' '너다' '옳다' '그러다' '아름답다' '추하다'라고 할 것도 없고 얻을 복도 없다. 그런 생각조차 일어나지 않으면 바라는 마음 또한 완전히 끊어져 버리게 된다. 약이나 독이란 것도 상황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감기로 열이 나서 항생제를 먹었는데, 열은 내렸지만 간기능이 나빠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있다' '없다'란 상 자체를 사람이 만든 것이지 그 자체로는 원래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복덕이나 복덕의 성품 또한 본래 없는 것이다.
복덕이 본래 아무 성품도 없기 때문에 만나는 인연에 따라 복의 형상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복을 베풀면서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면 인연이 되어 보상을 받았을 때 기대에 미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더 괘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본래 복이나 재앙이란 어떤 성품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내가 기대하기 때문에 어떤 인연에서는 복이 되고 어떤 인연에서는 재앙이 되는 것이므로 이름하여 복덕이라 할 뿐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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