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19-3]제19분. 모든 법계는 하나로 통한다: 달마대사의 면벽 9년...
달마대사가 중국 소림사에 머물고 계실 때 인도에서 유명한 도인이 왔다는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한결같이 구하려 했던 것이 한마디로 '신톨력'이라는 도력(道力)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축지법을 써서 하루에 수만 리를 가거나 싸움을 잘하거나 경전에 도가 트이는 것이거나 구하는 마음의 뿌리는 똑같았다. 이런 목적을 간파한 달마대사는 누구에게도 법을 말하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당시 중국 불교는 인도로부터 들어온 경전의 번역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지식문화가 융성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전통의 도교의 도사들과 신통력을 경쟁해야 하는 시대였다.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일부도 자연스럽게 이런 도력의 유혹에 빠져 배우려고 몰려다니고 있었다. 달마대사를 찾는 발길이 9년이나 계속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묵묵부답 면벽수행만 하고 있는 달마대사의 침묵 속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신광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는 다른 사람들과 처음부터 달리 한 마디 말도 없이 토굴 속에 앉아만 있는 달마대사에게 눈길 한번, 질문 한마디 건네지 않고 그저 마주 보며 앉아있기만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어느 듯 밤이 되어 눈이 수북히 쌓이는 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그에게 달마대사가 이윽고 묻는다. "왜 왔느냐?""도를 얻으러 왔습니다." 대사가 다시 묻는다. "그런 얕은 마음을 갖고 어떻게 도를 얻을 수 있겠느냐?" 이에 신광이 품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한 쪽 팔을 서슴없이 잘라 던져버렸다. 도를 얻으려는 자신의 진심은 몸 하나 버려도 후호도 아깝지 않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달마대사가 신광을 자신의 토굴로 불러들여 제자로 받아들이고, 질문을 계속 한다. "그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마음을 편안하게 갖기를 원합니다." "그대의 마음이 어때서 그런가?" "예,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디 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내놓아 보아라. 내가 편안히 해주겠다." 이 물음에 신광은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지금까지 마음이 불안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그 불안한 마음을 내놓으라는 물음 앞에서 말문이 완전히 막힌 것이다.
자신의 생각의 실체, 마음의 실체를 바라보니 그 불안한 마음이란 것이 도무지 없는 것이었다. 마음이 불안하다고 할 그 어떤 근거도 없음을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이미 네 마음을 편안하게 했노라" 이것이 달마대사의 말씀이다. 많은 사람이 찾아 헤매는 도(道)가 바로 이런 것이다. 불안한 것이 없다면 불안하게 할 것도 없다. 불안하게 할 것이 없다면 이미 마음은 편해진 것이다. 달마대사가 신광에게 도를 전해준 것이 아니라 신광 스스로가 일으킨 생각의 환상을 직시하도록 했을 뿐이다. 도(道)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스승은 다만 그것을 도와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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