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사회적 동물이며, 살아간다는 것이 사회적 활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일말의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다.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동호인들과 훈련을 느낄 때 공유되는 기분 같은 것이다.
계획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 누적된 흥분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평탄한 길을 지나 언덕을 지나야 하는 힘든 길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자제 따위는 까맣게 잊을 때가 대부분이다.
주로 위에서 많은 거리가 남았는데 다리나 허리가 쑤시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늘 그렇듯이 완주에 대한 의구심이 스멀스멀 올라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두려움에서 겨우 벗어나게 되면 머릿속 목소리가 이러다가 내 몸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길위의 요철 하나하나가 발바닥을 자극하고, 발목이 패인 홈을 밟아 꺽일 뻔하기도 하며, 골반이 기울어지거나 고관절 회전에 뻑뻑한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전방을 주시하며 가슴을 내밀려고 하지만 힘들고 속도는 느려진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달리기를 못하고 포기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 중간에 너무 힘들어 심장이 멈추지는 않을지 걱정될 때도 있다.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과 가족들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삶도 걱정꺼리가 되기도 한다.
길가 따뜻한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단풍잎들에 주의를 돌리면 여전히 불편하기는 하지만 다리에 힘이 느껴진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우든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 것이 우리 삶이다. 어떻게 달리든 달리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나도 뭐든 할 수 있다. 몸이 피곤하고 아프면 운동을 쉬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도 우리 몸은 최대한 빨리 회복되는 .길을 스스로 찾아간다.
반복되는 악몽이 잠을 방해할 때도 있지만, 몇 일 주의를 기울여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의식과 힘이 회복되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 삶의 처음 1/3은 머리로 달린다. 가능하다는 속도보다 느리게 달리는 것이다. 젊을 때의 삶이 그렇다.
인생도 마라톤 출발선을 떠나는 순간 터지는 아드레날린의 흥분된 유혹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빨리 달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 끝까지 중단 없이 달려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1/3은 다리로 달리는 것이다. 몸이 풀리면 속도를 높이고 리듬을 찾게 된다. 마지막 1/3은 마음으로 달리는 것이다. 한계에 부딪치면 그간 달려온 경험과 정신력과 정서 체력을 이끌어내어 마음이 길을 인도하게 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화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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