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은 살아가기 힘들다고 느낀다. '힘들다'는 말은 평범한 소시민일수록 무언가를 하려다 보면 더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작은 사업을 하나 하려 해도 가진 돈이 적을수록 참아야 할 일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광고에 투입할 돈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업이 뿌리를 내리고 입소문에만 의지하여 널리 알려질 때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
큰 사회적 자본이 없을 때 어려움을 견디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나 자신의 자기 확신이다. 어릴 때 시골의 삶에서 요구되던 강력한 인내심과 강인한 윤리의식, 그리고 개인적인 위험의 감수 같은 생존정신이다.
진료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약들에 의존하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어떤 이로운 생물을 키워 병원체를 옮기는 해로운 곤충을 없애듯이 운동을 통해 부족한 신체활동을 충족하는 방법이다.
운동의 위험성과 습관화하기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운동하는 시간들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운동 클럽들을 만드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어느 순간 달리기에 미친 의사로 알려지기도 했다.
초기에는 운동의 필요성과 부상예방에 집중하여 활동했다면 달리기 붐이 일어난 이후로는 함께 하는 달리기를 통해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소액기부활동의 저변 확대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나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므로 즐거움도 함께, 어려움도 함께 서로 나누고 공유하며 진정한 이웃사촌으로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동안 마라톤과 함께 씨름한 끝에 함께 즐겁게 달리는 것이 더 즐겁고 힘도 덜 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사회에 적용할 방법을 순수 기부성 마라톤 대회로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어릴 적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일하고 저녁에 끙끙 앓던 부모님의 삶을 보며 왜 저렇게 앓을 정도로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머리'를 알면 제 때 해야할 일들이 눈에 들어오고, 눈에 해야할 일이 보이니 미루지 못하게 되는 이치를 요즘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외국 마라톤 대회에서의 참가자들의 기부행위에 대한 기사를 읽고 우리도 저런 문화를 한번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순수 기부성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였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궁하면 통한다는 진리를 믿고 달려왔고 지금까지 2억4천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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