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능 세계지리 문제의 정답 논란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교육계의 뿌리 깊은 교과서 따라하기의 불편한 진실을 본다.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몇 년 학교에 다니다 다시 국내로 전입한 학생들이 이런 선생님들의 독선적 교육방식을 견뎌내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사례연구법 전문가인 롤랜드 크리스텐슨은 사례 연구법을 채택한 교사의 임무는 학생들이 '정답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품고 남의 말을 듣고,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교육의 상당 부분은 '정답 찾기'를 궁극적인 학습목표로 강조한다. 어느 한 교사가 독자적으로 학계에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이제까지 해오던 관행을 개선할 수는 있다. 정답을 찾기 위해 사실과 이론을 흡수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때는 정말 나만 해도 교과서와 참고서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보면 그것으로 거의 모두 해결이 되었지만, 이제는 정답을 외우는 대신에 생각하라고 가르쳐야 학생들이 사실과 이론으로 가는 본질을 흡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형상이 없으니까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의 종류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마음의 바탕, 즉 근원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참 마음, 초심을 보게 되는 것이라는 말과 일맥 상통한다.
어쨋던 이미 만들어진 정답은 과거의 일이며, 내가 공부하고 배우는 것은 미래에 관한 것이다. 미래는 눈앞에 현재로 펼쳐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정답을 알고 있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 펼쳐졌을 때도 다른 방법이 더 나았을 것인지 어떤지 분간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최근에 대법원의 판결로 드러난 작년 수능 세계지리문제 사태의 본질이다. 현재에 나타나는 상황들은 저마다 다 다르고 우리는 실험을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는 지나간 통계보다 현재의 상황이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수능을 관리하는 교육계 지도자들이나 학자들만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결론이다. 그만큼 우리 교육계는 과거의 도제식 교육 분위기에 매몰되어 있다는 말이 되겠다. '감히 스승에게 대들다니, 고얀 놈!' 반응이라는 말이다.
교육은 사라지는 과거의 사실들이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인간 경험을 다루는 학문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인 교육은 인간 경험의 축적을 위해 반드시 생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은 복잡한 인간관계의 틀 속에서 갈등을 해결할 명확하고 확실한 정답이 없음을 이해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되 결국에는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행동방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경험을 통한 새로운 생각이 중요해진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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