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0-3]제20분. 색도 떠나고 상도 떠나라: 나만 고집하지 마라.
깨달음의 세계, 해탈과 열반에 이르려고 하면, 눈에 보이는 빛깔과 모양뿐 아니라 마음에 그리는 모든 관념도 떠나야 한다. 우리는 항상 마음 속에 생각과 관련된 형상을 가지고 있고, 이러이러한 것이 훌륭한 남편이다. 남편은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너는 요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 범주에 맞으면 옳은 일이라 좋아 하고, 그 범주에서 한 치만 벗어나면 틀렸다고 싫어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형상을 지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형상으로 다 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은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몰라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형상을 버려야 참으로 행복하고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걸 가지고 있는 한 결코 부처가 될 수 있는 깨달음의 길에 이르지 못한다. 내 식대로 하는 것도 사랑이 아닌 집착이고, 내버려 두고 외면하는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없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혼자 자립하여 살아가려 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 순간을 잘 살려주면 제대로 된 사회적 삶을 살아갈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억압해 버리면 반발감을 가지게 되고 제대로 적응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사회에서 온전한 개인으로 설 수 없게 된다. 자립의 순간이 오면 부모는 뒤로 물러서서 자식이 잘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물론 아기가 혼자 일어서기 위해 수없이 넘어지는 것처럼 혼자 무엇을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인생살이를 위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한 위험과 시련은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다.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이해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직시해야 다른 사람을 위하는 생각도 하기가 쉽다.
인생에서는 일정한 때에 언제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도 인연에 따라 달라지게 되고 성격도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나 혼자만 보면 고칠 것이 본래 하나도 없지만, 인간관계 속에서는 서로 맞지 않는 데서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서로 처한 상황 속에서 맞지 않으면 고쳐야 할 뿐이다. 나무가 산에 있을 때는 하나도 고칠 데가 없지만, 집을 짓는데는 대들보냐 기둥이냐 서까레냐 문짝을 만드느냐에 따라 용도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 즉 여기서는 장점이 되는 것이 저기서는 단점이 되어 고쳐야 할 일이 될 수도 있다. 형상을 떠나고 색깔을 떠난 그 자리에서 깨달음의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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