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 중에 우연히 측정한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드시라고 권하면 웃으며 무시하는 분들이 있다. 왜 혈압약을 먹고 혈압을 안정시켜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도 열 명에 두세 명은 웃으며 거부한다. 그러면 도리가 없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인생살이에서 만나는 위험들 중에 외부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의 부주의 때문에 만드는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이 실질적인 장애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당장 아무런 위해를 끼치지는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훌륭한 생각을 수용하여 일대 혁신을 일으키는 데 가장 큰 장애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잠재적 위해성을 해소할 것인지 진짜 중요하다.
변화에 대립되는 것이 바로 '경험 항체'라고 내가 부르는 것이다. 면역체계에서 항체는 신체에 해를 줄 지도 모르는 외부 물체를 공격하고 파괴시킨다. 이처럼 삶의 여정에서도 과거의 경험에 따른 항체는 안정을 깨거나 위협 요소를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이런 항체가 정작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항체 때문에 이식된 장기를 신체가 거부하게 되는 경우가 여기 해당된다. 건강을 위해 운동습관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좋은 예다.
새로운 생각을 차단하고, 일생 생활에서 건강 습관에 필요한 틀에 막히지 않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기회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금연 도전에서 보듯이 이미 여러 번 이런 경험 항체들을 겪어보거나 다루어 본 적이 있을 수도 있다.
새로운 생각을 듣자마자 그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이유를 수천 가지 찾아내 스스로에게 알려준다. 잠시 보류하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거나 전해도 했는데 실패했다거나 내 삶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등 다양한 경험들이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그런 일을 할 여유가 없거나, 가족들이 반대할 것이며, 잘못된 전제 아래서 나온 생각이라거나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거나 아직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들도 흔하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경험 항체에 대해 한번씩 이야기하는데, 새로운 생각을 행동화 혹은 습관화할 때 생기는 내면의 반발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어김없이 웃기 시작한다. 그런 일을 봤거나 자신이 경험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종류의 습관적인 내면의 반발을 다루는 법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면역계에서 침입자를 물리치는 자연살해세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경험항체의 저항을 받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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