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0-2]제20분. 색도 떠나고 상도 떠나라: 정토가 본래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잘 되면 아이가 열심히 노력한 그 자체를 칭찬하거나 격려해야 마땅한데, '혹시 부모가 어디 영향력을 행사해서 그런 것 아닐까?'하고 의심을 한다. 이런 문제들도 알고 보면 자신이 본래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다만 나의 업의 필터에 걸리는 모습들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오해 때문에 나의 평소 가치관이나 취향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아이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진실이 그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업보의 한계를 벗어던져 버리기만 하면 상대의 모습들이 그 나름의 차이와 개성대로,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상대적인 사회적 잣대 속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나와 비교하거나 혹은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머리가 좋은 것도, 깨끗한 것도 사실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전혀 달라진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상을 정토(淨土)라고 부르는 이유도 본래 깨끗하고 더러움이 있어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놓여 있는 상황이나 환경 속에서 일으키는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하자. 그 여자 예쁘다 해도 예쁘다고 할 실체나 성품은 없다. 다만 그냥 예쁘다고 표현할 따름이다. 잘생겼다 못생겼다 하는 것은 외부로 나타나는 형상에 사로잡힌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런데 잘 생긴게 있고 못생긴게 있다 하면 형상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리고 누가 잘생겼다 못생겼다는 말을 쓴다고 해서 수행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해서도 안된다. 단지 잘생겼다 못생겼다 하면 형상에 집착한 것이며 관념에 사로잡힌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존재는 잘 생기고 못생긴 게 없다는 말이다.
젊고 늙음도 같은 의미다. 본래 없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범하기 쉬운 잡착을 끊임없이 부수어 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나는 잘하려고 한 말이나 행동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다. 나의 노력과 정성을 몰라주는 속상함과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내가 상대에게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 보고 반성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집착에 빠지면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이나 행동을 내 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즉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편한대로 주문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내 뜻대로 하려다가 제대로 먹혀 들지 않으면, 그냥 자포자기에 빠져 외면하게 된다. 이것은 '놓아두는 것'과 다르다. 외면 역시 집착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되 집착이나 미혹이 일어나면 그것을 끊임없이 잘라내야 한다. 상대적인 비교 속에서 상대적으로 잘한다거나 못한다는 관념이 일어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살아가면서 도처에서 부딛치는 이런 상대적 관념의 벽이나 분별의 다리가 끊어질 때만이 맑고 밝은 지혜의 눈이 열리고, 그 때 진정한 지혜의 눈에 비치는 존재의 실상인 여래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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