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진료실이 조용하다. 그래서 '유비무환(有비無患)'이라고 의사들 사이에 통하는 말이다. 원래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은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서경(書經)의 열명편에 나오는 말이다.
"생각이 옳으면 이를 행동으로 옮기되, 시기에 맞게 하라. 잘하는 것은 자랑하면 그 공덕을 잃게 된다. 오직 모든 일은 다 대비할 필요가 있는 법이니 준비만 잘 되어 있어야 근심이 없게 된다."고 고대 중국 은나라 재상 부열이 고종에게 말에서 유래했다.
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란 책에도 "평안히 지낼 때에도 위태(危殆)로운 때를 생각해야 하고, 위태(危殆)로운 때를 생각한다면 언제나 준비가 있어야 하며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나고 보면 우리 삶 또한 험준한 비탈길 황무지였지만, 그 마저도 내 앞에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감사하게 된다. 수중에 돈 한 푼 없어도 간직할 수 있는 꿈과 희망의 이정표가 있어서 발길 닫는 곳마다 무조건 영역표시를 할 수 있었다.
때로는 엇길로 벗어나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몸과 마음으로 정진한 노력의 댓가로 옥토가 되면서 인생길도 함께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행복의 참 모습은 황무지를 일구며 땀방울이 떨어지는 식은 밥을 먹으면서 시작된다는 말이 맞다.
거칠고 힘든 세상 천지에 나홀로 나와 황무지를 일구어 옥토를 만들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먼저 내가 개척하고자 하는 황무지 들판에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꿈과 희망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다.
일 년에 네 번 계절이 바뀌면 한 해는 채워지고 지나가지만, 인생은 일 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성취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로부터 할당 받은 적도 없고 올해 할 일은 극히 작은 면적이지만, 그 작은 땅들이 모여 지금의 내 삶을 만들었다.
내 뜻과 의지에 따라 내 능력과 노력의 크기에 따라, 꿈의 크기가 달라지고 희망의 양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나 스스로 개척해온 것이다. 아직도 앞에 거칠고 힘든 황무지들이 남아있지만, 옥토로 변한 땅에 대해 자부심이 넘치고 용기가 만들어진다.
인생살이 과정에서 계획은 물과 같다. 세상만사를 윤택하게 하면서도 어렵고 쉬움을 가리지 않게 한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도 기꺼히 즐겁게 할 수 있으며, 모든 일에는 마땅한 순서와 단계가 있고,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며, 모두가 내 하기 나름이다.
준비를 통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지키며, 마음이 호수처럼 깊고 편안하며, 다른 사람들과 화목하고 여유롭게 어울리며, 말은 믿음직스럽고 훌륭한 행동으로 하는 일에 성과를 내고, 나서고 멈추는 때를 알아 다투지 않게 되어 실수할 일이 없어진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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