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21-2]제21분. 설한 것도 없고 설해진 바도 없다: 자아를 버리고 무심으로 할 뿐이다.
깨달음을 얻은 이후 45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신 부처님께서 "수보리야, 너는 여래가 '내가 마땅히 설한 바 법이 있다' 라고 생각한다고 미루어 짐작하지 마라."고 하신 말씀은 어떻게 보면 금강경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즉 부처님께서는 실제로 아무 것도 안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처님은 필요한 것은 다 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없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45년을 설법을 하시고도 나는 한 마디도 안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마땅히 설한 바 법이 있다 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지 마라고 하신 이유는 '법은 없고 나는 아무 법도 설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의 법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누가 만약 '불법(佛法)'이라는 말을 쓴다면 자신을 비방한 것이니라고 하셨다. 겸손이 아니라 세상에 진리는 없기 때문에, 따라서 나의 법도 없다는 사상이자 선언이다. '누구도, 무엇도 추종하지 말고 오직 너의 마음을 봐라'는 말이다. 진실은 없고 오직 그렇게 부르는 명칭만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설할 법이 없고, 결론적으로 아무 것도 말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정말 멋진 사상 아닌가!
'옳다'거나 '그러다'거나, '있다'거나 '없다'거나 모든 것이 다 헛된 말장난이요 말놀음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일어난다는 것은 모두 생각 속의 허망한 것을 꺼내는 것인데, 나를 고집하지 말고 입과 생각을 닫고 무심으로 일상사를 하면서 편안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주의할 것은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해야 할 것은 다하는데, 다만 나라는 자아를 버리고 무심으로 할 뿐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덧없다고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은 정말 불교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안한다는 병에 걸린 환자일 뿐이다.
부처님은 평생을 다른 사람에게 집착의 병을 고치는 법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셨고 그래서 얻은 하루 한 끼 식사로 항상 만족한 삶을 살아가셨다. '설법(說法)=법을 설하다'라는 의미인데, 부처님께서는 설법한다 했을 때도 무엇을 설하는 것이 없어야 설법이 된다는 말씀이다. 즉 지금 설법하고 있지만, 말한 법이 없어야 설법이 된다는 말은 따로 주장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설법할 것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핵심이 뭔가?
아무 것도 주장하지 않았는데 무슨 핵심이 있을 것인가? 찾을 수 없다. 단지 마음에 뭐라고 정한 것이 있고, 모습에 현혹됨이 있는 중생의 병을 고쳐주었을 뿐이다. 우리 본성은 원래가 행복하고 완벽한데, 마음에 일어나는 한 생각이 만드는 의미가 그것을 사실로 생각하여 집착하게 함으로써 행복을 막고 있다. 실제로 무엇이 되고 안되고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내가 세운 허망한 가치에 부합되지 않아서 괴로운 것이다. 내 삶의 가치만 버리면 저절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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